▲ 매경안전환경연구원 문형남 원장

1. 들어가며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나갔다. 이 사고만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국론이 분열되고 지속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안겨준 사건도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를 사고왕국이라고 할 정도로 사고가 참으로 많았고, 세월호 사고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더 끔찍한 사고도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세월호 사고의 성격이 단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냐 아니냐는 논란까지 사라지지 않고, 사고처리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이토록 오랜 기간 그리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치적?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시위와 충돌이 많았던 사고사건이 있었던가…
대통령이 추모행사에 참석하겠다고 하고(유족 측의 분향소 폐쇄 및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국무총리가 분향하러 가는 등 세월호 사고사건은 우리 역사에 그리고 우리의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국가적 추모를 위해 공공기관이 개최하는 각종 행사 취소되는가 하면 추모분위기를 해친다고 일상적 행동에도 자제를 요청해 국민경제가 침체되기도 했다는 정도였으니…

2. 1주기를 회고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사고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언론에 한시도 빠지지 않고 보도되었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에 안전사고가 줄었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참으로 허탈해지는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그리고 세월호 사고 처리문제로 시위와 충돌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어떻게 보면 좀 지겨운 감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안전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고예방을 위한 국민의식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사고사건을 계기로 사고왕국의 오명을 벗고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안전사고 예방을 생각한다면 사고 발생 후 1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왔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사고예방을 해왔는가 깊이 회고해볼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고사건으로 대통령이 안전을 최우선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선언하였다. 그 의지를 보여주듯이 안전문제를 국무총리 산하에 부서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었지만, 거부되더니 세월호사고로 단숨에 정부조직법을 바꿔 장관급으로 ‘국민안전처’를 창설하였다. 그 안전처가 세월호 1주년을 맞아 안전사고 국민 신고제라는 ‘안전신문고’를 제창하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며칠 전 고용노동부가 일산에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안전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의 민간 안전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거창하게 행사를 개최했다.
대단히 의의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행사나 홍보가 역시 옛날과 다르지 않다는 것, 그보다도 그 1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진정한 사고예방에 국민에게 메시지를 주고 소위 ‘안전불감증’을 개탄하던 우리의 의식구조를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사고예방은 홍보나 암기위주의 교육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행위와 조치를 취하고 몸으로 사고를 회피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사고예방 보다 책임과 보상에 치중해왔다.
우리 민족이 어느 민족보다 감정에 치우치는 것에 틀림없다. 세월호 사고사건으로 인한 사망자가 학생이었다는 점이 우리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우리 모두 이해하고 동정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유족들이 표면적으로는 세월호 사고사건 같은 것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선언하고 그 선언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책임을 제기하고 시위와 충돌을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 요구사항이나 행동의 핵심은 사망원인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그 보상문제에 집착하고 있다.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 국민이 다수라고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9명의 학생사망자의 시신을 찾아야 한다느니 사건의 책임을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동안 사고의 원인에 대한 조사나 확인 거의 이루어져왔고, 어마어마한 인양비용과 인양방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기만 한데 그 결말이 날 때까지 우리 사회적 비용은 과연 얼마나 낭비해야하는지…
세월호 유족들이 진정으로 세월호 사고 같은 것이 다시는 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라면 선박사고예방을 위해 선박안전 홍보에 나서고 유족대표들이 맡아서 안전점검팀을 구성하고 죽은 자식들에 대신해서 사고예방 활동에 나섰다면 엄청난 국민적 호응을 얻어냈을 것이다.
정부가 장관급으로 조직을 만들고 책상머리에서 안전정책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이처럼 좋은 계기에 세월호 유족과 그와 유사한 유족대표들을 모시고 그들에게 적절한 대우를 해주면서 그 흔한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사고예방의 일선활동을 전개해왔다면 얼마나 큰 효과가 있었겠는가… 세월호 1주기를 기리기 위해 ‘안전신문고’를 제창하고 홍보하기 보다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4. 사람값이 많이 오른 것은 좋은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사람값이 올라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제기한 바 있다.
원래 사람값을 어느 누구가 감히 가격으로 매길 수 있겠는가, 그래도 현실적으로는 사람값을 매겨야 하고 그것이 끊임없이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사고 사망자의 유족들은 그들에게 지급되는 보상액이 절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보상액을 둘러싼 갈등이 그치지 않는다.
이번 세월호 사망자 보상액에 대해 유족들이 반발하는 것도 어쩌면 의당 그러리라고 생각하고, 그 수준을 제시하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값을 올리고 그것이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몫은 상당히 큰 것이 사실이다.
다만, 학생보다 가족을 부양해야 해서 보상액에 더 민감한 사망근로자들의 보상액이 세월호 사망 학생보상액에 비교되면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사망유족 보상금 문제로 엄청난 파란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원칙적으로 세월호 사고 사망자에 대한 보상금은 세월호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엄청나게 사회적 지목을 받아온 사업주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족들이 요구하고 최소한 수긍할 정도의 수준으로 보상액을 결정하려고 고민하다가 혹시라도 재정, 즉 국민세금으로 충당한다면 그것은 앞으로 사고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건마다 보상액을 둘러싼 다툼이 끊임없을 것이고 합의되는데 종전보다 훨씬 긴 기간 동안 갈등이 이어져 사회문제로 번질 것이다.
국가 안보에 희생된 사망자도 아니라 어쩌면 산업현장에서 또는 거리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에 대한 보상액의 수준을 논의할 때 그 수준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지… 최근 정부가 공무원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국민세금이 많이 들어가서 안 된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 것과 배치되는 태도를 취해서는 아니 된다.
세월호 사고의 책임문제나 보상문제로 너무나 오랜 기간 우리 사회를 힘들게, 어떻든 이제 사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엄청난 비용을 치루어야 한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