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이선자 발행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 사실상의 국회 마비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굴지의 그룹사 등으로 구성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회원사의 안전환경 투자 계획과 관련,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공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경련이 금융그룹을 제외한 상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안전환경에 대한 투자계획을 물은 결과 절반이 넘는 18개 그룹이 지난해보다 올해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까지 합하면 29개 그룹사가 안전환경 투자에 대해 긍정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전경련 관계자의 “최근 안전 및 환경 이슈가 중요해지면서 국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안전·환경 분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언급을 볼 때 이같은 흐름이 결코 세월호 정국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같은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인식 또한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대상의 절반 가까이가 ‘관련 비용 증가에 따른 경영부담 증가’를 꼽았다. 아직도 ‘안전’을 생산적 측면이 아닌 비생산적이며 비용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대기업의 설문조사에 나타난 또 하나의 포인트는 안전분야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은 ‘중소기업 및 협력업체의 안전’과 ‘전문인력’ 문제이다.
이번 설문에서도 예외없이 ‘협력사 관리 및 교육의 어려움’ ‘중소기업의 안전·환경 관련 교육·설비 지원’ ‘관련 기술 및 전문인력 부족’ ‘전문인력 양성’ 등의 답변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는 안전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영세 소규모 사업장 및 협력업체, 그리고 현장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전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 미흡이 여전하다는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비록 복잡하지 않은 설문조사지만 역으로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금번 전경련 조사결과라고 사료된다. 설문조사의 행간을 간과하지 말고, 생산적이며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진일보한 현장안전 정립과 안전정책이 수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