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영 (사)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한파가 지나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해빙기가 온다. 한겨울 맹추위에 잔뜩 움츠리고 있던 몸이 조금씩 풀어지면서 긴장했던 마음까지도 같이 풀어져 자칫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국민은 재난안전분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25.1.28 일본에서 도로 한복판에서 땅꺼짐(싱크홀: sinkhole)이 발생했다. 사고 당시 70대 운전자가 몰던 2톤 트럭이 추락했다. 이 운전자는 추락했을 당시 소방관과 대화한 뒤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발생 당시 폭 5m, 깊이 10m 정도였던 싱크홀은 구조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다른 싱크홀과 합쳐지면서 폭 40m, 깊이 15m로 더 커졌다. 이번 싱크홀은 도로 밑을 지나는 대형 하수관이 노후화 등으로 파손되며 물이 새고, 약해진 지반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당국은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에게 수도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싱크홀 복구에 최대 2~3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도 실종된 운전자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린시티 2개 부지에 지하 8층~지상 51층 업무시설과 73층 실버타운 건립이 진행 중인 가운데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싱크홀 발생 등을 우려하고 있다. 2월 13일 집회를 열고 “안전 불안 등을 해소해 달라며 37차례 집회를 했음에도 구청, 시청, 시행사에서는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라며 “지역주민을 위하는 이 하나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싱크홀 발생 불안을 안고, 매립지에 지하 8층을 파 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냐?”며 “이렇게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싱크홀은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나 웅덩이가 생기는 현상이다. 싱크홀의 크기는 지질 특성과 발생 원인에 따라 다양하다. 폭 1m 이내, 발이 빠질 정도의 작은 것에서부터 도시 지면 하나를 전체적으로 덮을 수 있을 거대한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순화어로서 국립국어원에서는 ‘땅 꺼짐’이라는 어휘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2015년부터 언론에서 ‘땅 꺼짐 현상’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으나, 이것이 종래의 싱크홀과 별개의 현상인 것으로 착각하는 반응이 생겨 최근에는 언론과 회화 모두에서 다시 싱크홀이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다. 카르스트 지형에서 발생하는 돌리네나 세노테 역시 싱크홀의 일종이다.

싱크홀은 각종 공사장 주변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상·하수관이 파손, 누수되면 주변 토사가 빠져나가 지면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땅이 꺼지게 된다. 2024년 8월 말 서울 도심 곳곳에서 싱크홀 및 지반 침하가 잇따랐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땅 꺼짐 사고는 총 957건이며 지하에 묻혀 있던 상·하수관이 손상돼 발생한 경우가 485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전국 상하수관 40만 9천여 km 가운데 40%가 2003년 이전에 설치된 노후 상태일 것이다.
‘노후 상·하수관으로 인한 싱크홀(땅 꺼짐) 발생이 최근 1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걸어서 지나가는 것도 왠지 무서워졌다. 저 많은 차량의 운전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저렇게 태연하게 신호 대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어느 일간지에 나온 내용들이다. 

최근 싱크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하수의 흐름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공사장에서는 싱크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차수벽 설치 강화 등 예의 주시하고 있어 싱크홀 사고를 줄여 나가는데 힘쓰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상·하수관 누수로 인한 피해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상·하수관이 새면 관 주변 흙이 물을 따라 이동하거나 응집력이 약화하여 물과 토양이 침전되면서 지반이 함몰되는 싱크홀 사고로 이어진다. 지반 굴착 시에도 상·하수관 충격으로 인한 파손과 균열을 감지하거나, 상·하수관 누수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 ‘스마트 파이프라인 모니터링 시스템(Smart Pipeline Monitoring System )’이 개발되었다. 지하 시설물 관리를 IoT 기술로 혁신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센서 및 IoT 기기를 활용하여, 지하 시설물의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이 시스템은 싱크홀 발생 초기에 감지하여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본관 파손 및 누수를 실시간 감지할 수 있어 싱크홀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상하수도관 시공 초기에는 싱크홀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장기간 사용하면 반드시 노화되어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공 단계부터 싱크홀 예방시스템 설치가 필요하다.

해빙기와 우기에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옛말처럼 주변 곳곳에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땅 꺼짐은 인명사고를 불러온다. 그래서 땅 꺼짐은 사전 대비가 절실히 요망된다. 정부는 사후약방문에서 벗어나도록 상·하수관 IoT 기술을 적극 도입, 재난관리에 철저히 대비하여 국민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