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인천지역은 항만·공항·물류·제조·건설·바이오 등 고위험 업종이 복합된 지역으로, 산재예방의 전략적 접근이 매우 중요한 곳이다. 당연히 이곳의 안전을 관할하고 있는 안전보건공단 인천광역본부의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취임한 심우섭 인천광역본부장은 ▲사람 중심 ▲현장 중심 ▲실행 중심 등 3대 철학 아래 인천지역 산업안전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고위험사업장 AI예측시스템을 활용해 지역별·공사종류별 위험도를 사전에 파악하고 고위험사업장을 지원하는 한편 초소규모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민간재해예방기관과 계약하는 등 사각지대 없이 촘촘히 관리하고 있다. ‘사람 중심의 예방’이 가장 중요한 안전보건 철학이라고 강조하는 심우섭 본부장으로부터 인천광역본부의 활동 내용과 현안 및 계획 등을 들어봤다. 

▲ 본지 발행인 이선자 사장과 대담하고 있는 심우섭 안전보건공단 인천광역본부장

지난 3월 안전보건공단 인천광역본부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취임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지난 2개월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공단에 92년도 입사하였으니 30년 넘게 공단 산업안전 분야에서 근무하게 된 거네요. 지금까지 안전인증, 유해위험방지계획서, KOSHA Guide, MS시스템, 사고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면서 전문기술력을 쌓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인천광역본부장으로 부임하면서 느끼는 무게감은 각별했습니다. 왜냐하면 기관장으로 그것도 광역권을 책임지는 기관의 장으로 부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천은 항만·공항·물류·제조·건설·바이오 등 다양한 업종이 배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고양파주, 부천, 의정부, 양주 등 경기북부권에서는 폐기물 처리, 채석업, 건설업 등 고위험군 업종도 다수 분포돼 있어 사망사고가 다발하고 있는 지역이며, 산업재해 예방에 있어 전략적 접근이 매우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부임하면서 지난 2개월 동안 인천경총 및 사업장 등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인천지역의 현안 과제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안전은 단지 제도와 규정만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의 안전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근로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통한 실행력이 핵심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말로만 하는 안전, 서류로만 하는 안전’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돌아가는 안전, 현장에서 작동하는 안전’이 될 수 있도록 저희 인천광역본부 직원들과 함께 합심하여 인천지역 산재예방을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안전보건공단 인천광역본부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인천광역본부는 81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사업장 안전보건 컨설팅 및 기술 지원, 열악한 환경의 사업장 유해위험요인 개선지원, 사고원인 조사 분석 및 대책 수립, 근로자 안전보건교육 등 사업장 안전보건관리 활동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위험성평가 인정심사, MS시스템 심사 등 안전보건관리 활동이 우수한 사업장을 발굴 육성시키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용노동부와의 협업 하에 관할지역 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민간기관의 산업재해 예방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가교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위험성평가에 대한 사업주 관심도가 높아져 CEO 대상 교육 및 컨설팅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광역본부 내 기술지원부서, 재정지원부서, 교육홍보부서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현장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인천광역본부 관할구역의 사업체 및 근로자 현황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관할 구역의 산업재해 발생 현황 및 사고사망만인율에 관해서도 말씀 바랍니다.
인천지역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산업도시로, 약 16만개의 사업장과 100만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조업과 건설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물류업의 급성장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산업재해 발생 건수도 전국 평균보다 다소 높은 편이며, ’24년 기준 인천지역 사고사망만인율은 전국 평균(0.31‱) 대비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인천 서구, 남동구에는 영세 중소규모 사업장이 다수 밀집돼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하여 사망사고가 빈번한 편이며, 인천 송도, 계양, 검단, 청라 등에서는 대규모 건설공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서 건설현장 사고도 빈번한 편입니다. 
  
인천광역본부가 관할하고 있는 지역의 산업적 특징, 산재 및 안전관리적 특징, 안전관리 프로그램 전개와 관련해 차별화되거나 주목해야 할 사항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천의 산업적 특징은 안전보건 측면에서 다양한 유해·위험을 가지고 있는 구조입니다. 항만과 공항은 고소작업, 협소작업, 야간작업 등 위험 요소가 복합된 환경이고, 중소규모 제조업은 기계 설비 중심의 협착·끼임 재해가 빈발하고 있으며, 기계부품 가공 후 세척제 사용으로 직업병 관련 유발요인도 다수 존재하고 있습니다. 건설 부문은 도시개발과 지하철공사, 물류단지 신축이 활발해 타워크레인, 비계, 지하굴착 등의 위험작업이 상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천광역본부는 빅데이터·AI를 활용한 고위험사업장을 예측하고 그 결과를 활용해 효율적인 사업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사업수행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용부 및 민간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사업을 수행하고 있고 또한 공단 사업 간 연계를 강화하여 산재 예방 효과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위험 사업장 SIF(Serious Injury Fatal Factor, 핵심위험요인) 중심 기술지원', ‘사고사례 기반 교육', ‘현장 작동성 중심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3개 축으로 안전보건 활동을 전개하고, 단순 방문 점검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안전보건이 실행되고 있는지, 안전 수칙이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실질적 재해예방 활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나 보람을 느낀 사례가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중차대한 변화를 일으킨 중처법 관련된 일입니다. 중처법이 도입되기 이전에 저희 공단에서는 사고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공단 본부에 사고조사단이라는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저는 초기 멤버로 참여해 사고조사단 조직을 정착시키는데 기여했으며, 사고조사 전문성을 위해 정밀사고조사 제도 도입, 사고원인조사분석기법 도입 및 과학적 사고조사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 기억이 있습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사고조사보고서의 정보공개 제도 도입 추진, 동종유사재해 재발방지를 위한 독립된 사고조사 제도 도입 등을 추진했으나, 그 당시에는 시기상조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중처법 도입의 계기가 됐던 고 김용균 씨 사고를 직접 조사한 바 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중처법이 급물살을 타고 도입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중처법이 도입된 후 인천광역본부 사고조사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중처법 제1호 사건인 00산업 사건도 조사했고, 00공사의 토잉카 사건도 조사하는 등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데 주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 안전보건 분야에서 최대 이슈 중 하나가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입니다.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확보를 위해 어떤 대책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아울러 인천광역본부가 소규모 건설현장 및 사업장 안전관리를 위해 펼치고 있는 사업 및 활동에 관해 소개해 주십시오.
소규모 건설현장의 특징은 공사금액, 공사기간이 짧아 안전 시설물, 보호구 착용 없이 공사하는 것입니다. 이런 소규모 현장은 생성·소멸을 짧은 주기로 반복하기 때문에 현장점검 수행만으로는 한계에 노출되는 것이 현실이므로,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 지식을 함양시키고 스스로 안전보건을 지킬 수 있는 자기규율예방체계 정착이 필요합니다.
이에, 인천광역본부는 소규모 건설현장 안전관리를 위해 안전점검+안전시설물 설치 자금지원+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교육 연계 등 종합적인 안전 패키지 지원을 통해 소규모 건설현장 재해예방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천광역본부 내 전체 소규모 건설현장을 점검·관리하는 것이 인력, 예산 등의 한계가 있으므로, 공단에서 개발 완료한 고위험사업장 AI예측시스템을 활용해 지역별·공사종류별 위험도를 사전에 파악하고 고위험사업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1억 이하 초소규모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민간재해예방기관과 계약하여 사각지대 없이 촘촘히 관리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더 나아가, 현장점검을 실시한 고위험사업장에 대해 안전시설물 설치 자금지원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신청을 유도·연계해 사업을 진행중에 있으며, 안전보건 아카데미를 통해 사업장별 안전보건관리 체계구축 사례 공유·평가를 실시해 소규모 건설현장에 작동성 있는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안전 기술의 활용 방안과 공단의 지원 사업을 소개해 주십시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산업현장에 인터넷과 모바일기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우리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터, 빅데이터, 모바일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공단도 기술발전에 따른 다양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정 및 기술여건이 취약한 중소사업장에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업장의 화학물질 노출관리를 원격으로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재 발생시 비상구가 있는 위치로 작업자의 피난을 유도하여 사고사망을 감축시키기 위해 ‘화학사고예방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도 새롭게 도입했습니다. 

인천광역본부장으로 꼭 실현하고자 하는 사업 목표가 있다면?
인천광역본부장으로 부임한 이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수치 중심의 실적이 아닌, 공단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실질적인 산업재해 예방’입니다.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각 사업장에서 안전보건활동이 실제로 작동하고 근로자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사업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광역본부 내 모든 부서와 긴밀히 소통하며, 자율적이면서도 책임감 있는 실행 중심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문화 실천 사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장에서는 말로만 하는 안전이 아니라 실천하는 안전이 될 수 있도록 사업장의 가장 고위험한 SIF 중심 핵심위험요인을 찾아내어 1사 1Key Message로 정한 후, 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이 현장에서 실천될 때까지 상호 지적하고 모니터링하는 안전문화 실천운동을 전개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또 사업주의 안전의지를 전 직원에게 알리기 위해 기업 안전보건방침에 이를 적시하도록 하고 근로자에게 알려주어 현장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발전, 바이오, 건설 등 주요 산업군별로 안전관리 실무자들이 서로의 경험과 현장 사례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포럼을 정례화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지역 축제나 공공행사와 연계한 안전문화 캠페인을 통해 일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일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안전이 특정 업종이나 사업장의 과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의 가치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전보건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안전보건은 실천, 실행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정책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실천, 실행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고가 뒤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사고조사의 경험으로 보면 충분히 예견 가능하고 막을 수 있었던 사고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실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합니다. 일례로, “근로자가 안전대를 몸에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추락하여 사망, 현장에는 안전대를 멜 수 있는 안전대 부착설비가 없었기 때문에 추락하여 사망한 것입니다” “달비계에서 추락하여 사망, 작업줄 이외에 생명줄을 내리고 추락방지대를 설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추락방지대 및 생명줄이 없어서 추락하여 사망한 것입니다”, 둘 다 비용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실제 설치 비용은 그렇게 많이 소요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소장이나 관리감독자가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면, 작업자가 한번 더 확인하고 조치를 요구했더라면,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관리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고입니다.
이런 것들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 관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결국 CEO를 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정립하고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제도입니다.
문서가 아닌 실행, 한번 더 확인하는 관리,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실천에 기반해야 진정한 산업안전이 정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사항이 있으면 말씀바랍니다. 
안전은 정부나 공단의 일이 아닙니다. 모든 사업장, 모든 근로자의 문제이며, 우리의 생활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안전보건공단 인천광역본부는 사업장 지원을 위한 여러가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여러분들이 안전보건에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공단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