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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칼럼] 산을 오르며 겸손을 배우자겨울산행은 산행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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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1.27  12: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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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영 (사)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겨울산행은 나름대로 묘미가 있어 산(山)에 오르는 사람이 많다. 반면에 조난사고가 종종 발생하여 인명을 앗아간다. 겨울산행은 해가 짧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높은 산일수록 기상도 급변한다. 해가 지면 바람이 거세지고 기온과 함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어두워지면 심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길을 헤메게 된다. 진눈개비나 눈보라가 몰아치면 몇미터 앞이 보이질 않는다. 발을 잘못 디뎌 미끄러지고, 발목을 삔다. 서두르다 엉뚱한 길로 들어선다. 체력이 소모되고 저체온 증세로 이어져 본인도 모르게 주저 않는다. 인명사고로 이어진다.

필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산을 올랐다. 내무부 산악회에 들어가 매월 정기산행에 참여하고, 총무를 거쳐 회장까지 역임했다. 회장시절 중앙부처등산대회에 출전하여 우승까지 거머줬다. 

매 년말이면 집사람과 둘이서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가 일출을 보면서 신년을 맞이 하기도 했다. 어느해인가 예년과 다름없이 설악산을 오르려고 일기예보를 본다. 12월 31일 대설이 예보되어 있어 하루 당겨 30일에 집을 나섰다. 31일 새벽에 대청봉을 찍고 하산하는데 날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여 올라오는 등산객들한테 “악기상이 예상되니 내려가는게 좋겠다”라고 권유하여 많은 등산객을 하산 시켰다. 이듬해인 1월 1일 설악산조난사고 뉴스가 신년 아침을 서글프게 만들었다.

겨울산행 하면 떠오르는 추억 아닌 추억이 있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길은 험하고 비바람 거세도 서로를 위하며 눈보라 속에도 손목을 꼭 잡고 따스한 온기를 누리리…”

1977년 제1회 대학가요제 동상 수상곡인 ‘젊은 연인들’의 첫 소절이다. 서울대 학생이어서 이름 붙인 ‘서울대 트리오’의 노래다. 46년이 지난 현재에도 이 노래를 기억하는 이들은 적지 않다. 특히 가사에 언급된 ‘연인’이 비극적인 사연의 주인공이라는 내용이 함께 따라붙는다.

‘젊은 연인들’의 실제 사연은 겨울 산행을 떠난 서울대학 동아리 선후배들이 설악산 등산중 급격히 나빠진 날씨 탓에 조난을 당한다. 산장을 찾아 겨우 눈보라는 피했지만 전기도 땔감도 없었다. 날씨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구조 요청을 하러갈 사람을 선정하기 위해 사다리타기 게임을 한다. 선배들 몇이서 짜고 어느것을 찍어도 한곳으로 몰리게 사다리를 그린다. 막내 후배에게 먼저 고르라고 하고 막내 후배를 선정한다. 선배들은 막내 후배에게 걷옷을 벗어주고 장비를 챙겨 구조 요청을 하라고 하산시킨다. 천신만고 끝에 며칠이 지나서야 구조대와 함께 산장을 찾아온 후배는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언 채로 세상을 떠나버린 선배들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해 설날 경기도 포천 콘도에 머무를 때다. 해질녘에 산악 구조대원들이 서둘러 산을 오른다. 삼형제 부부 6명이 국망봉(해발 1,168m) 산행에 나섰다가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보도를 종합해 보면 결국 4명이 사망했다. 특별히 악천후가 갑자기 몰아닥친 돌발상황도 없었다. 겨울 산을 너무 가볍게 본 것이다. 사전준비 소홀로 인한 겨울 산악사고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부부는 등산을 하려고 길을 나섰던 것이 아니라 베어스타운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다 자녀들은 두고 어른들만 산행에 나섰다고 한다. 등산 경험 여부를 떠나 등산 준비가 부실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들 부부는 해가 짧다는 사실을 잊은것 같았다. 국망봉 산행은 여름에도 왕복 6시간이 걸린다. 자신이 오르려는 산의 높이나 산행 소요시간 등 아무 정보 없이 올랐다. 더 큰 문제는 비상시를 대비한 비상의류나 랜턴, 간단한 버너와 코펠 등의 준비도 없었다는 점이다. 남자 세명 모두 비 흡연자라 라이터도 없었다.

겨울산행 사고는 탈진부터 저체온증, 동상, 동사, 눈사태, 추락, 샛길 산행 사고, 미끄러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산행 중에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나 미숙한 대처로 조난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안전하게 극복할 수 있다. 산행 전에 가족이나 친구에게 언제, 누구와 어느 산을 올랐다가 언제 내려올 예정인지 알려 두면 조난을 당했을 때 큰 도움이 된다. 산행 사고 조짐이 있을 때에는 즉시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응급 상황이 발생한 정확한 장소, 응급 상황의 내용, 다친 사람의 상태 및 수(數), 응급 처치 현황 등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겨울산행은 산행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지도, 코스등 사전에 정보를 숙지해야 된다. 비상식량과 라이터, 랜턴, 방한복, 휴대전화 배터리는 기본이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올라야 한다. 등산로가 아닌 구역(발자국을 등산로로 착각)은 절대로 들어서지 말아야 한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길을 잃으면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일기예보에 민감해야 된다. 무엇보다 산행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산을 오르며 겸손을 배우는 자세를 갖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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