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은 지난달 6일 킨텍스 제2전시장 세미나실에서 ‘중대재해처벌 시행 현황 및 개선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안실련과 한국안전학회·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안전보건공단·삼성EHS전략연구소·우미건설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산업재해 발생 현황과 수반되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 좌장은 안실련 김찬오 부대표가 맡고 주제발표는 노동계에서는 한국노총(서광훈 산업안전보건본 차장)과 민주노총(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이, 경영계에서는 한국경총(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 중기중앙회(양옥석 인력정책실장), 학계(이준원 숭실대 교수), 민간단체(임영섭 피플 미래일터연구원장)에서 각각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패널토론에는 박미진 한국산업보건학회 이사, 정재욱 서울과기대 교수, 최은영 변호사, 한상준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부장, 김명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부장, 이명구 을지대 교수, 강검윤 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 등 7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발표에서 한국노총 서광훈 차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현장 정착을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처벌법에서 벗어나 예방법이라는 인식속에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광훈 차장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방향과 관련, ▲경영책임자 정의 명확화(대표이사로 한정) ▲발주자 책임 명확화 ▲벌금의 하한선 설정 ▲현장 훼손, 사실은폐 등 형사처벌규정 신설 ▲영형절차 분리 ▲인과관계 추정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노총 최명선 실장은 국민의힘이 최근 발의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중대재해 감소를 위한 재해예방 법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최명선 실장이 제시한 개선방안은 ▲위험작업 작업중지 실질화를 위한 법 제도 개선 ▲노동자 참여제도 활성화 ▲중소사업장 공동 안전보건관리 제도 도입 ▲중대재해처벌법에 맞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이다. 
한국경총 임우택 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책임주의 및 평등의 원칙 위해 ▲불명확하고 모호한 개념 다수 산재 ▲경영책임자 의무규정 불명확성 ▲과도한 형사처벌 ▲법 위반 확정없이 교육수강 강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등의 문제점에 나열하며 법 개정을 주장했다. 
임우택 본부장은 “법률상 개념 범위 의무내용 명확화, 과도한 처벌 완화 방향으로 보완입법이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며 “당장 법률 개정이 어려울 시, 차선책으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률의 불명확성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우택 본부장은 또 ▲산재예방을 위한 정부의 책임과 역량 확대 필요 ▲처벌 위주에서 예방중심으로 산업안전정책 기조 전환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준수를 위한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의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이준원 숭실대 교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미흡사항 이행을 위한 지침 작성 및 보급 확대 ▲사업장 규모, 업종 특성을 고려한 안전관리체계 구축 기준 재정비 ▲사업장 안전문화 수준 향상 및 경영자 리더십 강화 지원 스마트 안전기술의 개발 및 보급 확대 등을 개선방안으로 발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양옥석 실장은 “현재 50인이상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융자와 컨설팅이 전부”라며 “산재이력이 있는 고위험 사업장은 모두 컨설팅,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안전보건 전문인력 인건비 보조 ▲내년도 산재예방 지원사업 예산 최소 50%이상 증액 ▲의무내용 명확화 ▲과도한 처벌 완화 ▲면책 규정 신설 ▲50인미만 사업장 유예기간 추가 부여 등의 개선방안을 주장했다. 
임영섭 미래일터연구원장은 “중대산업재해, 중대시민재해 및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와 재해범위를 통일해야 한다”며 “열거방식에서 적용이 제외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법 적용 대상의 네거티브 방식 전환을 주장했다. 
전체적인 토론 결과 경영계는 과도한 경영진 처벌과 모호한 책임소재에 대한 법 개정과 함께 처벌중심에서 사전예방중심으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에서는 경영책임자 및 발주자 책임을 명확히 하고 산재 현장 훼손과 사실 은폐 등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 신설,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조기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을 폈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발전과 산업구조의 다양화에 대비한 안전규제의 합리적 조정 필요성과 중처법 시행으로 실제 산업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 처벌과 안전관리 업무증가에 따른 사업장의 애로 해소를 위해 정부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안실련 정재희 공동대표는 앞서 개회사에서 “이번에 세미나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은 중대재해처벌법 운영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산업현장에서의 애로 해소에 기여할 뿐아니라 처벌보다 사전예방체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순 미래일터안저보건포럼 공동대표는 “최근 수년간 정부와 사업장 모두 중대재해를 줄이려고 크게 노력해 왔으나 철거건물 붕괴, 물류창고 화재, 채석장 토사붕괴, 화학공장 폭발사고 등 중대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 예방에 얼마나 기여하고, 또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를 심도있게 논의해 최선의 중대재해 예방 개선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백종배 안전학회 회장은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공식화하면서 안전 확보는 물론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소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모쪼록 이번 세미나가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한발짝 더 나갈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본 기획취재는 국내 콘텐츠 발전을 위하여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