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일 명지대학교 재난안전학과 교수/ 스마트엔지니어링 전공

세계경제포럼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매년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DVD에 담아 쌓는 경우, 그 양이 지구를 6바퀴나 돌 정도라 한다. 이런 빅데이터 시대에, 필자의 전문분야중 하나인 AI를 이용한 플랜트의 이상 감지 및 진단에서는 물론이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산과 더불어, 과거 리스크 축을 중심으로 한 재난예방에서 나아가 조기 감지의 중요성이 또 하나의 축으로 그림 1처럼 커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리질리언스 강화 측면에서도 이처럼 감지의 중요성은 간과될 수 없지만, 진정한 회복탄력성 확보를 위해서는 결국 최종 대응 단계에서의 손실 최소화 방안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소위 킬체인에서도 먼저 보고, 먼저 결정하는 것을 넘어, 결국 선타가 이루어져야 하듯이.

필자의 연구 선호도도, 젊은 연구자일때에는 화려한(fancy) 기법 적용에 끌리다가, 나이 50을 넘겨서는 보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 및 실질적 결과 창출에 집중하게 되는 것을 보게된다. 연구개발에서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아닌 가장 쉬운 곳에서만 해결책을 찾는 가로등 효과(주정뱅이의 탐색이라고도 함)라는 관찰 편향의 영향을 받는다 한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술주정뱅이가 실제로 잃어버린 곳이 아니라 더 많은 빛이 있는 가로등 아래에서 열쇠(때로는 지갑)를 찾다가 다른 이의 노력까지 헛되게 만드는 것을 단순 농담으로 치부하기는 쉽지 않다.

소행성 충돌과 같은 지구 밖의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은 우리가 이미 익히 알고 있거니와, 그간 집중해온 NASA 산하 CNEOS의 감시, 추적 및 위험 평가에 머물지 않고, 위협이 될 근접 소행성에 우주선을 의도적으로 충돌시키는 것이 경로를 바꾸는 효과적인 방법인지 검증하고자 하는 DART 우주선의 작년 11월말 발사는 풀어야만 하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고자 하는 진정한 도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는 우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플랜트의 증기운 폭발 손실 최소화 기술로 토탈사가 개발중인 VEMIS도 결국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미국 에너지부(DOE)를 비롯해, 에어리퀴드, 에어프로덕츠, BP, 쉐브론, 린데, 쉘, 도요타자동차 등 93개 기업이 참여중인 전세계 수소안전 협의체인 수소안전센터(CHS)의 월례 회의가 최근 Zoom으로 개최되었다 (그림 3 참고). 국내 회원사로는 현대자동차, 한국가스안전공사, 명지대학교가 참여중인데,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수소안전을 위해 풀어내야만 하는 문제 해결의 장으로 기대가 크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했듯이, 모두가 목표하는 안전을 위해, 수소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속에서,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실질적인 손실 최소화 기술 또한 다양한 연구개발 성과가 창출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