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산업재해 은폐는 현장 음지에서 횡횡해왔다. 근로자가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은 비일비재했다. 사업주가 산재 신청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보상해주겠다는 식으로 근로자의 입을 막는 일이 암암리에 벌어진 것이다.

산업현장 일각에서는 산재 신고 수가 많은 사업장은 공사 입찰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숨기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이런 상황에 내몰리는 현실적 배경도 알아달라는 씁쓸한 시선도 던진다.
산업재해 은폐를 뿌리 뽑는 근본 대책은, 바로 이런 구조적 병폐를 개선하는 데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자가 정상적으로 산재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투명하게 신고하기를 바란다고, 그런데 산재 신고 누적에 따라 당장 입찰 지원조차 못하게 되니 은폐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때문에 이런 문제가 근절되는 방안이 도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이 같은 일련의 자조 섞인 토로도 적잖이 들려온다.

최근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등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이 본격 시행됐다. 기존에는 산재 은폐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 산재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경우 1,500만원, 중대재해의 경우 3,000만원으로 과태료를 상향했다.

반가운 얘기다.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하다. 이번 시행이 은폐 사업장을 줄일 수 있는지, 해서 근로자가 정상적 산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본책이 될 수 있을지. 과연 현장 일부에서 전한 고민거리 등을 해소할 방안인 것인지, 그리고 부작용은 없는지 등. 물론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