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산업위생협회 문형남 상임고문

어느 날 아침,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화가 난 택시운전사가 “요즘 깜빡이 켜는 사람이 절반도 안돼요. 특히 외제 차나 고급차, 젊은이들이 운전하는 차는 깜빡이가 없는가 봐요”라고 얘기했다.
사실 나도 가끔 화들짝 놀래기도 하고, 기다리다 화도 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아파트에서 나와 큰 길로 나가는 길목의 편도 1차선 도로를 횡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편도 1차선 도로 건널목은 신호등이 없는 곳이 꽤 많다. 내가 사는 서울 압구정동 동네도 천안의 롯데마트 근처도 그러하다.
자동차 왕래가 꽤 많은 그 편도 1차선도로를 건너려고 서있는데 아파트로 들어오는 우회전 차들이 깜빡이를 켜지 않으니 아파트로 들어오는지 알 수 없어 마냥 기다리기 일쑤다.
꼬마라도 데리고 나오면 그 천방지축 꼬마가 건널목을 뛰어 건너려다 우회전차에 치일 뻔 한 일도 있다.
그럴 때 보면 운전자가 창을 열고 화를 버럭 내는 꼴을 많이 목격하고, 꼬마 엄마는 그 운전자를 보고 “운전 똑바로 해요”라고 항의하는 소동이 일어난다.

1. 의사소통이 안돼서…왜?
깜빡이는 자동차의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깜빡이를 켜지 않는 것은 바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말하지 않고 무턱대고 행동하는 것과 같은 무모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 참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갈등이나 논쟁의 가장 많은 원인이 바로 의사소통의 문제라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다.
기업이나 단체내의 구성원들 간에 갈등이 많아지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상급자의 소통능력 아니 소통의 태도나 자세 때문이라고 한다. 일선 직원들은 상급자들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서 혼란스럽다고 하지만, 상급자들은 오히려 자기들이 아래 직원들을 비난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 때문에 야속하다고 한다.
이렇게 상호간에 의사가 소통되는 게 아니라 의사가 먹통 내지 쫌통이 되어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2. 부쩍 더 높아진 ‘나만 주의’ 행동
그런데, 이런 의사소통의 문제는 직급의 고하를 떠나서 근원적으로는 우리 민족의 ‘나만 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나만 주의’가 발동되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물론 아예 상대편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나만 주의’가 작동하면 자기 편한 데로, 자기 이익만 앞세워 행동하기 때문에 활동적이고 말을 많이 하는 젊은이들 간에도 역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자동차 운전자들 중에서도 외제 차나 고급차, 또 젊은이들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마냥 질주하는 모습, 깜빡이도 켜지 않고 오직 핸들만 돌리면서 끼어들고 곡예운전을 하는 모습이 바로 이러한 현상이다. “우리는 운전의 전문가입니다. 도대체 자가용차들이 왜 운전하고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하는 택시기사들 역시 깜빡이를 켜지 않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되는데 그도 역시 같은 한국인이라서…

3. 건널목이 정말 위험해
교통안전공단의 전문가들이 깜빡이를 켜지 않는 우리의 운전문화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건널목 사망사고가 많은 것은 최근 스마트폰, DMB, 네비게이션 등 운전 중 기타 기기 조작으로 주의가 분산된 영향도 있다. 깜빡이는 자동차와 보행자간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므로 안전운전을 위해 운전자들의 실천이 중요하다”며 깜빡이를 켜지 않은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것은 운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전에는 건널목 안전사고의 희생자가 행동이 지지부진한 늙은이나 어린애들이었는데, 최근에는 학생이나 젊은 청년들이 건널목 사고의 희생자로 급속히 증가했다.
이것은 바로 운전자가 깜빡이를 켜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차원이다. 즉 스마트폰을 보거나 이어폰을 꽂고 좌우를 경계하지 않고 길을 건너는 젊은이들이 급속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학생이나 젊은 청년들을 보면 우선 걱정이 앞서고, 건널목을 지나려는 젊은이들이 서있는 것을 보면 덜컥 겁이 난다. 도대체 자기 편한 데로 자기 눈앞의 이익만을 앞세우니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