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이선자 발행인

사고 6개월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정국에 이어 이번에는 ‘환풍기’ 안전사고로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퇴근 무렵, 도심 한복판, 걸그룹 공연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를 접하며 기존의 ‘안전불감증’과는 조금 다른 각도의 해석, 즉 ‘국민의 안전의식’에 초점을 맞춘 몇몇 언론보도와 의식조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언론에 이번 사고 40대 부상자가 인터뷰를 통해 “부끄럽다. 올라가지 말아야 할 곳을 올라가 사고를 당했다”며 자신을 탓했다. ‘네 탓’ ‘정부 탓’이 아닌 ‘나’에게서 원인을 찾고 있다는 것, 과거에는 쉽게 찾기 힘든 내용이었다. 특히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을 뻔했던 당사자가 이런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인터뷰를 보며 ‘네 탓’이 아닌 ‘내 탓’이라는 생각이야말로 국민적 안전인식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적 안전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비슷한 내용은 최근 한 경제연구원의 의식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데 가장 취약한 분야는 무엇인가’라는 설문에 대해 ‘안전의식과 문화의 미숙’이 놀랍게도 답변 1위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감독 및 감리 부실’ ‘점검 및 투자 미흡’ ‘법령 및 제도 미흡’ ‘구호체계 미흡’ 등 이른바 ‘안전불감증’의 핵심요소들을 모두 제치고 ‘안전의식’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분명 변화의 조짐이라 하겠다.
국민 안전의식 미흡의 구체적 사례로 제시된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하지 않고 그대로 이용’(67.5%) ‘비상구가 없거나 불안한 노래방 그냥 이용’(81.9%) 등의 설문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더 나아가 ‘안전관련 의식 및 문화의 미숙’을 꼽은 층이 20, 30, 40대 연령대라는 점이다.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연령층이면서 동시에 가장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는 계층이다.
물론 이번 ‘환풍기’ 사고 역시 관련 규정조차 없어서 발생한 ‘인재’라는 점은 분명하다. 안전요원조차 배치되지 않은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라는 점도 확실해 보인다. 그러하기에 정부와 관계당국의 철저한 사고조사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에 덧붙여 이제는 국민들 스스로가 안전의식도 높이고 안전이 더욱 생활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드웨어적인 안전이 갖춰져야겠지만 이에 앞서 사회 구성원 각각의 안전의식이야말로 안전한 국가, 안전선진국으로 가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전을 생각하는 국민, 그래서 안전한 대한민국이 하루속히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