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안전환경연구원(원장 이영순)은 지난 4월 24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가넷 룸에서 한상원 국무조정실 안전환경정책관을 초청, 조찬 간담회를 개최했다.

잇따른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그 어느 때보다 사고예방과 정책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유해물질사고 위기관리 방법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가 열렸다.
매경안전환경연구원(원장 이영순)은 지난달 24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가넷 룸에서 한상원 국무조정실 안전환경정책관을 초청, 조찬 간담회를 개최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 화학대국이지만 좁은 국토와 밀집된 인구를 고려하면 세계에서 화학물질 밀도가 가장 높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2만5천여 종, 연간 4억3천300만 톤에 이른다.
문제는 국내 화학물질 취급 시설이 20년 이상 노후화됐으며, 화학물질 유통량 증가 등으로 인해 화학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매년 20여 건의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나 지난해 9월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한상원 정책관은 ‘유해물질사고 위기관리와 정책방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현재 전국의 모든 유해화학물질 취급 업소를 대상으로 사고예방 및 안전 취약요인 파악 등을 위해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 전수 조사를 실시 중에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6월 중 관계부처 합동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수조사는 3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전국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소 약 4천300개소를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에 있다. 환경부 소속기관인 7개 유역환경청이 주관하며, 총리실과 고용부, 산업부, 산하기관, 전문가 등 271명으로 구성됐다. 중점 점검사항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관리실태 및 경보장치 설치 현황, 방재 장비의 적정성 등이다.
이날 한 정책관이 밝힌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보유 전문 인력과 취급시설 보수 공사자의 숙련도가 부족하고, 대기업은 하도급 계약상 촉박한 시한으로 인한 야간작업과 근로자 과로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안전관련 규제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관리 규정 위반 시 과태료가 120~200만원 수준에 불과해 벌칙 및 처분 등이 느슨하고, 독성가스와 달리 유독물 취급시설의 구체적인 기준도 부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배관 이음새 노후화, 환기시스템 고장 등 유지 보수가 미흡하고, 수익 중심의 기업 경영에 따른 경영자의 안전 분야 관심 및 투자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정책관은 “지난 20여 년간 기업에 대한 환경 분야 등의 규제가 계속 완화됐다는 점이 최근 화학물질 사고 급증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어 안전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안전 취약요인 분석을 통해 사업장 등급화 관리 추진 △등록제로 운영 중인 유독물 영업을 허가제로 전환 △유해·위험성이 큰 작업의 도급을 제한하거나 원청-하청업체 간 공동책임제 도입 △가해자 배상원칙에 따른 보험의무가입제 도입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 구체화 등 안전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재 소액의 과징금을 매출액 대비 상향 부과하는 등 법령 위반 시 패널티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내 특별법을 제정해 일정 기간 안에 세 차례 연속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영업취소 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하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한다는 예정이다.
한 정책관은 “기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던 인근 주민고지제도의 절차와 내용을 구체화하고, 국민의 알권리 확대를 위해 사업장의 유해화학물질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는 2015년 선진국형 ‘장외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화학업체나 시설을 설치할 때 사고가 발생하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예측해 대응책을 만드는 것이다. 개발할 때 사전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면 된다.
이와 함께 △영세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시설개선 등 지원 △유출사고 대응매뉴얼 정비 △사고 발생 시 현장수습조정관 제도 운영 등 소규모 사업장 지원도 마련하고 있다.
이날 한 정책관은 “안전경영은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고, 복지·행복·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정부의 제도개선 등 노력과는 별도로 민간분야의 자발적 문제 해결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한 정책관은 ‘원본완벽’을 소개했다. 원칙을 지키고, 본분을 다하며, 자기 일에 완벽하면 화학물질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