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 HSE담당 이근석 상무

대우건설은 3년 연속 재해율 최우수 그룹에 포진,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지정돼 왔다. 최고경영자(CEO)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내실 있는 안전경영’의 방침이 현장에서 철저하게 접목된 점을 주목할 만하다.
올 초 대우건설은 북한산에서 서종욱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2년 총력수주와 무재해 달성을 위한 안전·수주 기원제’를 개최한 바 있다.
임직원을 대표해 기원문을 낭독한 이근석 경영지원(HSE담당) 상무는 “지난해 대우건설의 재해율은 0.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는 목표인 0.09%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2002년 리비아 가스설비 프로젝트 등 국내외의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서 안전업무를 도맡은 그는 지난해 초 본사로 돌아와 HSE담당 상무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 리비아 가스설비 프로젝트 등 해외에서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의 안전업무를 도맡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의 안전 환경과 우리를 비교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간략히 말씀드리면, 안전 활동 실천 수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현장 근로자는 로컬 인력 또는 저개발국의 인력이 중심으로, 국내 현장 근로자에 비해 기능·경력·의사소통에서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데 사고는 적게 발생합니다. 이는 근로자들이 현장의 안전 활동을 있는 그대로 따라온다는 것이며, 회사는 작업위험에 대한 실제적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 중 질식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해외현장에서는 작업 전에 필요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수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밀폐공간 안전작업 수칙이 있고 위험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작업 단계에서의 실천 여부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의 안전을 위해 ‘넛지’해야”
- 국내 건설업 재해율이 10여 년째 엇비슷한 수준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재해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요.
“건설업 재해예방을 위해 정부와 기관, 학계에서 많은 노력을 전개한 결과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공 당사자인 건설사에서도 많은 투자와 활동을 하고 있죠. 그러나 무엇보다 발주자와 근로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해야 궁극적인 재해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간 우리나라의 안전관리는 엄청나게 발전한 게 사실입니다. 안전관리의 발전단계인 안전기술단계(safety engineering phase)와 안전경영시스템 단계(safety management system phase) 등을 거치면서 안전시설 및 안전업무의 체계화는 선진국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다음 단계인 안전문화와 감성안전이 내재된 실천적 안전활동 단계로 발전해야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를 행동기반안전(behavior based safety)을 통해 실현해가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작업 중 행동관찰을 통해 사고를 예측하고 사고로 귀결되는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근로자 상호간에 위험에 노출되거나 위험을 유발하는 동료에 대한 긍정적인 개입을 통해 위험 접근 단계에서 시정하는 활동이 전개돼야 합니다. 즉 근로자들 끼지 동료의 위험을 스스럼없이 지적할 수 있는 분위기, 이를 테면 안전 이탈을 넌지시 암시해주는 넛지(nudge)와 같은 행위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발주자의 적극적인 안전 활동이 전개돼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발주자가 시공사 선정 시 시공사의 안전수준을 엄격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공사 수행단계에서는 직접 안전전문가가 참여해 시공과정에서 안전 활동의 선도와 통제 등을 통해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 이근석 상무와 대담을 나누는 안전정보 이선자 대표

- 대우건설은 지난해 0.1%의 재해율을 보이며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0.09%를 초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어떠한 전략을 세워두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안전에서 전략이란 모든 과정을 기본과 원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운영하면 됩니다. HSE 경영시스템, OHSAS 18001 등이 Plan-Do-Check-Action(PDCA 사이클)에 따라 체계적으로 운영되도록 만들어진 틀입니다. 즉, 올바른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문제점을 도출해 개선 활동을 추진하면 지속적 발전은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되는 분야와 개선이 필요한 분야를 도출해 집중 관리하고, 약간의 투자를 하면 됩니다. 현재 상태에서 좀 더 집중하려는 부분은 현장에서 근로자를 관리하는 관리감독자의 안전 활동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과 자료 제공이며, 또 하나는 협력업체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안전시스템 구축과 상생협력 활동입니다. 이와함께 해외에서 경험한 실효성 있는 안전제도를 국내 현장에 적용시키기 위해 연구중에 있습니다.” 
해외 HSE 전문가 육성에 적극 투자
- 대우건설은 업계 최초로 지난 2007년 안전관련 해외 전담조직으로 해외 HSE팀을 신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진국형 시스템 구축과 해외 HSE 전문가 육성을 위한 활동을 소개해 주십시오.
“지난 5년 동안 해외 HSE팀 활동을 통해 최고의 안전체계를 구축했고, 재해율에 있어서도 선진국 기업을 능가하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맨 처음 시작한 것은 해외 안전관리의 기본이 되는 선진형 HSE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HSE 매뉴얼, 계획, 절차를 만들었는데 현재 58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선진국형 6단계 재해기록 체계를 도입, 사고 원인 및 경향분석을 통해 문제의 근원을 집중 관리하고 있으며, 매주 모든 사고를 분석해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로 요약, 이를 전 현장에 전달해 관리토록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장에서는 사고와 관련된 현상을 파악해 사고의 방향을 예측하도록 후행지표(lagging indicator)를 추적하도록 하고, 작업위험과 위험평가 및 현장 점검활동을 집계해 선행지표(leading indicator)를 활용한 안전관리의 방향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해외 HSE 전문가 육성을 위해 2007년부터 영국의 네보시(NEBOSH) 등의 과정을 이수토록 했으며, 매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 상무님께서는 평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의식 부족을 지적하며, 조기 안전교육을 강조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기 안전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해외현장에 있을 때 많은 선진국 사람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그들의 안전의식이 철저히 몸에 배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어릴 때부터 안전에 대한 교육과 생활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건설업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데 현장에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계획이나 준비, 근로자의 작업을 주도하는 엔지니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그들을 양성하는 공과대학에서의 안전학습은 부족한 실정으로, 공대 커리큘럼에 안전과목을 필수과정으로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전경영 가장 우선시해야”
- 이번 기회에 상무님의 안전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아울러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간 안전업무를 하면서 수많은 재해를 보았습니다. 건설현장에서는 직원보다 근로자가 사고 위험에 더욱 노출돼 있는데 그러한 근로자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조성하고 어려운 이들도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상층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느껴, 더욱 고민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최고경영자부터 중간관리자까지 ‘안전경영’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사장님께서도 이러한 경영철학을 갖고 계시는데 경영의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사고로 얼룩지고 근로자가 재해로 시름하는 아픔과 어두움을 밟고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착한 기업, 선진화된 기업이 아닙니다. 존경받는 기업을 향한 경영활동에 ‘안전’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그곳에서 안전업무를 책임지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명심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건설재해 예방을 위해 직원 및 근로자 여러분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존경받으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기업은 재해를 근절하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재해예방 활동은 나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엄청난 영역이죠. 근로자는 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안전 활동을 적극 실천해야 합니다. 또한 동료를 나 자신처럼 여기고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현장을 둘러보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항상 사고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니까 위험을 포착하는 안목이 생긴 듯합니다. 현장 직원들도 안전한 작업장을 위해 노력하고 작업장에서 더 많이 뛰고 솔선수범했으면 좋겠습니다.” 

<대담= 이선자 발행인>
<정리= 양미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