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안전환경연구원 문형남 원장

1. 동일한 안전사고가 반복된다
인간이 신이 아니라 실수할 수 있다는 말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실수를 지극히 인간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고 조그만 실수는 애교로 봐줄 수 있겠지…
그런데 우리는 종종 ‘우리 민족은 정이 많다’고 말하면서 규칙을 어기거나 주의를 소홀히 해서 사고가 난 것을 ‘인간적’이라는 말로 얼버무려 넘어가기도 한다.
그리스에서 사람을 죽이고 금고를 턴 도둑을 사형하는 날, 사형수의 부모가 마지막으로 사형수를 면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사형수는 어머니에게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내가 어려서 옆 아이의 물건을 훔쳤을 때, 왜 따끔하게 안 된다고 혼을 내주시지 않고, 그래 탐이 나서 그랬구나 하고 그냥 넘어갔어요, 어머니가 원망스러워요.”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느니 ‘안에서 샌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즉, 한번 잘못한 것을 인간적이라는 말로 유야무야 넘어가면 그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인간의 보편적 행태를 경고한 말이다.
잘못해서 사고를 낸 것을 ‘인간적’이라는 말로 그냥 얼버무려서 나중에 더 큰 사고를 내서 그 사람의 생명을 잃게 만든 다면 사고낸 행위를 얼버무리고 넘어간 행동을 과연 ‘인간적’ 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그것이 결국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어린아이들은 정신적으로 미숙해서 주의력이 산만고서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린아이는 부모나 선생님이 보호하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
어린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은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아서 머리에 깊이 각인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행위를 한 자기 자신이 그 잘못된 행위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잘못된 행위와 그 손실이나 결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2. ‘아차사고’가 얼마나 많은가
성인이 되어 정신적으로 성숙해서 주의집중 능력이 있고, 신체적으로도 사고를 회피하거나 부상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산업현장에서도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아차사고’라고 표현한다. ‘아차사고’로 인한 산업재해의 약 2/3나 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아차사고’는 종전에 이미 그러한 사고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요인과 위험상황에 대한 교육은 각종 경고성 부착물이 한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사고이다.
길 건널목은 흰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 금방 눈에 띠고, 그렇지 않더라도 빨간 신호등이나 건널목 신호등이 없으면 절대 도로를 건너서는 아니된다는 것은 초등학교 입학 이전부터 수없이 듣고 교육도 받았다. 그러나 도로 교통사고 중 건널목 사고가 근 60%에 이른다. 그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라 성인은 물론 신체가 불편한 노인층도 거의 같은 비율이다.
왜, ‘아차사고’가 연령이나 직위와 관계없이 발생하는가…
우선 사고를 낸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부상을 입은 개인, 우리들의 의식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기 눈앞의 이익이나 편리한 것이 보이면 법이나 규정을 위반해서라도 감히 자행해버리는 의식, 그것은 우리 사회에 법이나 질서를 위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과 법이나 질서를 위반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경험칙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4년 10월 17일 발생한 16명이나 사망한 성남판교 환풍기붕괴사건도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환풍기는 지하의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 마련되어있는 장치이므로 사람이 올라가는 곳이 아니고 물건도 그 위에 놓아서는 아니된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여자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남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서 보려는 욕심에 올라가서는 아니되는 환풍기에 올라가서 마치 남이 못한 행위를 한 자신이 승리자가 된 것처럼 춤을 추고 고함을 질러댔으니…
이런 우리의 ‘자기 만 주의’ 의식이 얼마나 강하면 해서는 아니된다는 간단한 기억도 망각하고 생명이 위험한 곳에 올라갔겠는가 하는 것이다.
또한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추락사고, 그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너무나 많아서 안전벨트는 물론 추락방지망, 각종 경고성부착물이나 가드 등 다양한 안전조치와 장치가 개발되고 사건이 발생될 때마다 강조되는 것임에도 매년 거의 같은 숫자의 추락사고 사망자가 발생한다. 추락사고의 거의 대부분이 짧은 거리에서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불편하다’고, ‘위험 접근금지’라는 팻말을 무시하고 조금 돌아가지 아니해서 발생하는 ‘아차사망사고’이다. 추락사고의 대부분이 아주 높은 곳이 아닌 불과 3m 높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3.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고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간적’이라는 생각으로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대충 넘어가버린다. 정이 많은 것을 비난하고 싶지 않지만, 정은 정이고 책임소재와 문책에 대해서는 냉철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같은 유형의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길이다.
우리가 ‘인간적’이라고 말하면서 유야무야 해버린 행동으로 말미암아 다친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우선 그 사고를 낸 사람의 부주의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분명히 사회에 알리고 문책한 것을 확실히 사회에 알려야 한다. 그래야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재발하지 아니한다.
위에서 언급한 ‘성남판교 환풍기붕괴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우선 환풍기 위에 올라간 당사자, 물론 사망자에게 어떻게 문책을 하느냐 또는 매정하게 사망자를 비난할 수 있겠느냐 할는지 모르지만 당국은 물론 언론보도에서도 분명하게 사망자들의 잘못과 그들에게 우선 책임이 있음을 밝혔어야 한다.
그런데 사고가 나자마자 사망자에 대해서 애도하는 내용만 사회에 널리 부각시키고 환풍기 공사업자나 그 업무담당자의 책임을 크게 떠들어대더니 결국은 법이나 규정이 미비하다는 식으로 ‘유야무야’해버렸다. 그러니 꼭 같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사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때 안전벨트를 매느냐 여부를 경찰이 단속하고 벌과금을 부과하니까 96%가 안전벨트를 맸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경찰의 단속이 느슨해지자 안전벨트를 매는 사람이 불과 3%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고속도로 사고사망율이 4배나 된다는 광고, 고속도로 사고 시 사망여부는 안전벨트에 달렸다는 광고를 엄청나게 해대고 버스회사나 버스기사에게 종전보다 몇 배의 책임을 묻는다는 식으로 강요해대니 최근에는 버스기사가 안전벨트에 대해 관심과 호소를 나서기 시작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