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섭 총괄본부장 (사)한국안전보건협회 공학박사 / 안전기술사

1. 개요
최근의 세월호 사고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후진국 형 인재는 수 년 동안 반복되고 있다. 희생자 292명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1993년), 희생자 32명 성수 대교 붕괴사고(1994년), 희생자 502명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 희생자 101명이 숨진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1995년)에서 드러났던 안전대책의 무방비와 우왕좌왕한 자아상을 세월호 침몰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정부의 재난 매뉴얼은 3단계로 구성 되어 있다. 25종의 재난에 대한 주관 부처의 대응지침 ‘표준매뉴얼’이 있고 그 아래 지원 기관의 역할을 담은 ‘실무매뉴얼’ 200개가 있으며, 하부에 자치단체와 지방청 등의 역할을 규정한 3,200여개의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이 존재 한다. 사건 사고 발생 시, 대책으로서 종종 매뉴얼의 정비, 개정, 준수를 논의하게 되며, 일정수준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 매뉴얼은 도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안전은 매뉴얼만으로는 달성 하지 못한다. 모든 것을 매뉴얼 화하여 그것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 하는 것은 무리다. 매뉴얼만으로는 현장담당이 자기 스스로 생각할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자부심을 빼앗고 의욕을 상실하게 한다. 결국 감시가 없는 곳에서는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다. 그리하여 정작 무슨 일이 발생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자체판단이 경직되어 인재만 계속 재발될 뿐이다.
유형별 재난재해의 원인은 분류하면 첫째, 지진,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으나 그 발생에 대비하여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이는 것은 가능하며 그러한 대비 하는 것은 인간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둘째, 기술평가 부족에 따른 복합재해로서 새로운 기술의 적용은 정확 하게 파악되지 않은 미지의 현상 또는 사고가 잠재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신기술 적용 시 충분한 기술평가를 하여야 하며 이 또한 인간의 철저한 시행여부에 따라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셋째, 인간의 행위에 따른 인적 재해로서 직접적인 Human Error이다. 현대의 모든 산업시스템은 점점 대규모화되어 내재되어있는 위험 역시 대형화 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시스템의 설계, 시공, 유지, 운영하는 것도 역시 인간이다.
따라서 모든 재난, 재해에는 인간이 직?간접적으로 결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Human Error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대비책을 준비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비책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작업의 표준화, 매뉴얼, 설비개선 등으로는 기술적, 금전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재난 대응 매뉴얼이 있다하더라도 이를 숙지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판단하여 행동하는 사람도, 시스템도 없다.
Resilience Engineering의 창시자인 Erik Hollnagel 교수와 제휴된 회복탄력성엔지니어링( Resilience Engineering)을 재난/안전에 적용 가능성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2. 회복탄력성 엔지니어링(Resilience Engineering) 개념
‘Resilience’라는 말은 ‘탄력성’ ‘복원력’을 의미하는 단어로 회복탄력성, 원상회복력 등으로 번역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정신발달 또는 정신발달에 관련해 빈곤이나 아동학대 등 곤란한 상황에 대한 인내성을 의미하며, 생태학에서는 기후변동이나 난개발에 의한 황폐로부터의 회복력이라는 의미로도 예전부터 사용돼왔다.
유럽을 중심으로 재난, 안전에 적용하면서 Human Error나 조직문화의 사고원인을 찾아 재발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안전대책에 대한 비판이 시작됐으며, 2005년 Erik Hollnagel, David woods 등을 중심으로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Human Factors 전문가가 스웨덴의 Soder Koping에 모여서 연구회를 개최, 그 후 2년마다 연구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James Reason은 ‘조직사고 / Managing the Risk of Organizational Accidents. 1997’에서 ‘안전문화를 Engineering 한다’는 신 개념을 통하여 안전문화 요소를 확인, 가공하여 전체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으로 사회공학적 Engineering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주요 요소는 보고 문화(Reporting Culture), 정의 문화(Just Culture), 유연 문화(Flexible Culture), 학습 문화(Learning Culture) 4종류라고 언급하였으며, 이 개념이 Resilience Engineering의 개념과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Resilience는 내, 외부의 변화 및 장애 또는 그 전후에 시스템 기능을 조정하는 본질적 능력, 그로 인하여 예측된 조건 또는 예상 이외의 조건 하에서도 요구되는 Operation을 계속 할 수 있는 본질적 능력을 의미하며, Resilience Engineering은 개인이나 조직의 Resilience를 평가하여 그것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안을 준비하는 Human Factors의 새로운 Paradigm이다. 종래의 위기관리가 과거의 사고사례를 근거로 Error를 분류 하거나 실패 확률을 계산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 Resilience Engineering은 비 정상상태 또는 생산성이나 경제성의 위협 하에 있는 조직의 역량과 유연한 Process를 창조해 Risk Facto를 감시하고 조정함으로써 사고 예방이 가능한 Resource를 활용 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방법 탐색에 역점을 두고 있다.
누구든지 예상이외 현상에 대하여 임기응변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쁜 결과로 끝났을 경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제재 받아야 한다면 오로지 매뉴얼에 따라 기재되어 있는 내용과 상부에서 지시한 내용 이외의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유연한 문화, Resilience가 높은 Performance의 전제로써 ‘공정한 문화’가 필요하며, 보고 문화, 공정 문화, 유연 문화가 모여서 진정한 ‘학습 문화’가 탄생 할 수 있다.
Erik Hollnagel 에 따르면, 기존의 안전 Managemen(Safety 1)는 재해나 사고 등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현상에 주목하여 원인을 탐색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으로서 재발 방지를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으며, 이에 반하여 Safety 2는 변화하는 상황 하에서도 Performance가 가능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 상태를 목표로 한다. 고도의 사회기술 시스템 하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변동하는 환경이나 조건, 때로는 사전에 예상하지 못하였던 상황에서 여러 시스템의 요구(첨단치료, 원가균형, 업무 효율성, 상해자 만족 등)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항상 노력 하여야 하므로 탄력성 있는 판단, 정확한 예측, 유연한 대응 즉 Resilience가 필요한 것이다.
Resilience Engineering의 개념 중 하나는 인간을 시스템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위험한 시스템을 어떠한 방침도 효율성, 생산성, 비용절감의 압력과도 타협하면서 안전하게 운전(치료, 간호, 운행, 운항, 조업, 운영)하는 존재로 수용하는 것이다. 인간의 능력은 예상외의 현상이 일어났을 때 시스템을 안전하게 또는 적어도 피해를 최소화하여 사태가 수습되도록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때에도 적용될 것이다.

3. Eric Hollnagel 의 RE에 대한 기본 입장
시스템은 환경(자연환경, 사회환경)에 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불변하는 것이라 생각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므로 시스템 운용 담당자는 항상 경계심을 갖고 업무를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변화에 적응 하여야 한다. 변동과 외란이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경우, 가능하면 조기에 적합한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큰 변동이나 외란이 발생하여 기대하는 시스템 동작이 유지될 수 없는 경우라도 결정적인 파국을 회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해야한다. 그 때는 당초 목표에 얽매이지 말고 유연한 운용을 해야 한다. 시스템 운용에 관해 사람은 실수만을 일으키는 요인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성공을 가져오는 요인으로도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본입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상 다음과 같은 주요 구성 능력이 구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Anticipating, Monitoring, Responding, Learning의 4기능이 필요하다. 예견은 어떠한 외란이 출현할지를 예지, 예견 하는 것이며, 모니터링은 예지, 예견한 외란이 출현할지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하는 것이다. 반응이란 외란과 접촉되지 않도록 행동하며 또한 접촉할 경우 그 영향이 시스템 전체의 안정을 침해하지 않도록 대응한다. 교육훈련이란 예견, 모니터링 반응을 적절히 실행하였는지를 학습 하는 것으로서 Resilience 능력을 강화 시킨다. 이러한 기능이 성립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인간, 기기나 장치, 도면이나 순서도 등의 자료, 자금 등)이 준비가 필요하다. 시스템 내의 자원 배분은 상황에 맞게 동적으로 최적화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능, 특히 모니터와 예견은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활성화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훈련은 실패 사례에서 뿐만이 아니라 성공사례, 양측 사례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Resilience Engineering은 Resilience의 설계방법이며, 따라서 어떻게 시스템의 반응력, 모니터링 능력을 향상 시킬 것인지, 어떻게 시스템이나 조직의 예측력, 학습능력을 향상 시킬 것인지를 설계하는 방법을 말한다.

4. Resilience Engineering 실행하기 위한 자질
1) Technical skill :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위하여 직접적으로 필요한 기술적 skill과 지식.
2) Non-technical skill : 상황인식 및 상황 정보획득을 위한 소통능력 또는 적절한 의사결정 및 우선순위결정을 위한 자질.
3) Attitude : 변동과 외란에 대하여 책임감, 사명감, 정의감 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자질
4) Mental & Physical Healthy : 몸과 마음의 꾸준한 관리가 진일보한 회복탄력성을 가능하게 한다.

5. 맺는말
이러한 Resilience Engineering에 근거한 안전시스템을 적용한다면 주요 기능의 일부 또는 전부가 활성화되고 이에 의해 예상외 재난 재해에 대하여도 적절하게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도 환경도 변화한다는 인식을 기본으로 하는 Resilience Engineering은 안전이라는 목적에 대한 분명한 합리성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은 현재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 국내의 안전대책에 보다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되어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