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유진 변호사/스마트법률사무소

산업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 및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한다. 목격자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산재 사고임이 밝혀지면, 재해자 또는 유족은 산재 승인을 받고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사고 당사자에 대한 산재 보상은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지만, 아직까지 산재 사고 목격자에 대한 보호는 미흡한 실정이다.
 
트라우마, 의학적 용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된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는 질병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사고 현장의 목격자는 동료근로자이고, 이들은 함께 일하던 동료의 사고를 가장 먼저 최전선에서 접하게 된다. 사고 직전까지도 함께 일하던 근로자가 사망(또는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과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사고의 대상이 동료가 아닌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등은 한데 어울러져 사고를 목격한 근로자에게 PTSD를 유발한다. 그러나 그동안 목격자가 사고로 인한 PTSD를 호소하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어 적절한 치료 및 보상을 받지 못하였다. 사고를 목격한 근로자는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매일 출근을 하며 사고 현장에 재노출되고, 재경험하게 된다. 결국 근로자는 극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왕왕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재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뿐만 아니라 ‘사고를 목격한 동료 근로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2018년경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를 목격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7명이 신청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였다. 또한 2022년경 특대형 화물차량이 마창대교 톨게이트 요금소를 충돌하면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사고를 목격한 근로자 2명에게 업무상 재해로 승인하였다. 

비록 아직까지는 근로자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건수는 전체 산재 신청 건수에 비해 0.03%에 불과하고(2019년 기준), 이 중 사고 당사자가 아닌 사고 목격자의 산재 신청 건수는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긍정적인 점은 과거에 비해 정신질병을 대처하는 근로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회사를 비롯하여 근로자 역시 정신질병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숨기는 분위기였다면, 현재는 업무상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신질병 산재 신청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로복지공단 역시 산재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신적 질병은 자연 치유가 되지 않는다. 특히나 사고를 목격한 근로자는 계속해서 사고 현장에 머물면서 재노출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병이 치유될 확률이 희박하다. 국가와 사업주는 산재 사고로 다친 근로자와 더불어 사고로부터 살아남은 자, 사고를 목격한 근로자의 상처도 어루만져줄 필요가 있으며, 사고를 목격한 근로자 역시 PTSD를 겪고 있다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산재 신청 및 치료를 통하여 산재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