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이선자 발행인

다수의 국민과 안전분야 종사자들이 가져온 의문중 하나가 과연 정부가 발표하는 재해율을 ‘어느 정도까지 믿을 수 있느냐’였다.
합의에 따른 공상처리 등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재해율에 대한 신뢰도는 지속적으로 의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의심의 일부분을 해소해주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산재를 당한 근로자를 신속히 조치해야 할 사업장이 119를 돌려보내고 자사의 지정병원 구급차를 이용하려다 결국 이 근로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이다.
일면 단순해 보이는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현 산업안전관련 법과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지의 사실처럼 산재가 발생하면 사업장은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
PQ 감점에 따른 관급공사 참여 제한, 산재보험료 인상, 고용부 등 관계당국의 지도점검 강화, 하청업체의 경우 원청으로부처의 퇴출 등 산재로 인한 불이익은 결코 적지 않다.
만약 산재를 은폐한다면 대기업인 원청업체는 재해율을 줄여 각종 혜택을 누리고, 하청업체는 계속 살아남아 일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지역병원은 업체와의 관계설정을 통해 지속적이며 안정적으로 환자를 공급받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산재를 은폐하게끔 하는 구조적 악순환이다.
그렇다면 재해율을 조사하고 발표하는 관계당국이 이같은 사실을 과연 모를까?
산업재해를 발생시킨 사업장은 당연히 나쁜 사업장이다.
그러나 발생한 산재를 은폐하고 피해근로자에게 은폐를 위해 합의를 강요하고 결국에는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고마는 사업장은 ‘정말 나쁜 사업장’이다.
정부도 신뢰도에 상처난 ‘재해율’ 발표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오픈하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산재은폐의 고리를 끊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친 근로자는 119든 지역 의료기관 구급차든 신속하게 이송되고 적정한 진료를 받을 ‘당연한 권리’가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