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이선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근로자들의 업무상 질병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증명토록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법 개정을 권고했다. 그동안 인정치 않았던 사업주의 입증책임 제도화를 요구한 셈이다.
지금까지 입증책임은 피해근로자가 고도의 전문성 및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의학적 인과관계까지 증명해야 했다. 요건 증명을 못 했을 때 그 부담과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근로자에게 돌아갔다. 피해근로자들이 쉽게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 온 것이다.
인권위의 권고대로라면 앞으로 피해근로자는 질병에 걸린 사실과 유해 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다는 사실만 증명하고, 반대로 제기된 질병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 즉 사업주가 증명해야 한다. 사업주가 이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번 권고에서는 또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 신청서 상의 사업주 날인 제도 폐지도 권고했다. 산재신청서상 사업주의 날인제도 폐지 권고는 진입장벽 해소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이 제도는 피해근로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 급여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사업주가 회유하는 목적으로 악용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대표적 노동자 단체인 한국노총은 지금까지 이 제도를 “사업주의 검열장치이자 산재보험의 1차적 진입장벽”이라고 규정해 왔다.
인권위는 아울러 2003년 이후 갱신되지 않은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인정기준을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추가·보완할 것,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위원장을 민간인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등 독립성 공정성 전문성 강화 방안 마련 등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도개선을 권고함에 따라 이제 ‘공’은 고용노동부로 넘어갔다. 노사정이 산재노동자의 인권과 권익보호를 위해 부디 인권위의 권고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진일보한 제도가 생산되고 시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