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양수 본부장 SK이노베이션 SHE본부

작년에 읽었던 책 중에 안전과 관련되어 기억에 남는 것으로 뉴욕타임즈의 ‘챨스 두히그’라는 기자가 쓴 습관의 힘이라는 책이 있어서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이 책의 특징은 작가가 수천 건의 논문을 분석하고 수백 명이 넘는 과학자, 경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습관의 메커니즘에 대해 사례를 들어 가면서 재미있게 풀어나갔다는 점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습관에 관한 책 중에 이 책만큼 명쾌하게 습관을 바꾸는 비결을 제시한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습관의 형성과정과 습관을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실험적인 자료를 토대로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습관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도 있듯이 오늘은 습관의 메카니즘에 대해 생각해보고 습관과 안전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언급해 보고자 한다.

작가는 습관은 신호(Cue)와 반복행동(Routine) 그리고 보상(Reward)의 3단계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신호란 어떤 습관을 사용하라고 명령하는 자극이며 반복행동은 신호를 수행하는 몸의 행동이고 보상은 뇌가 이 반복행동을 계속 기억할 가치가 있는 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결고리 중 신호와 보상, 이 두 가지가 반복행동을 유발하게 되며 보상을 얻기 위한 열정이 반복행동을 더욱 가속화시켜 궁극적으로는 반복행동이 습관으로 완전히 굳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습관이 형성된 다음에는 뇌는 두뇌활동을 최소화하고 지속적 반복성을 보이게 되므로 새로운 반복행동의 패턴을 찾아야만 이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신호와 보상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반복행동을 찾거나 신호와 보상을 변화시켜 새로운 반복행동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또는 완전히 새로운 신호와 보상체계를 만들어 전에 없던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낼 수 도 있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로 펩소던트 치약을 예로 든다. 1900년대 초 아무도 양치질을 습관화 하지 않았던 시절, 펩소던트 치약은 광고를 통해 이를 닦지 않은 치아에는 더러운 치태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이를 닦아야 할 필요성에 대한 신호를 제공했고 닦고 난 후의 반짝거리는 하얀 아름다운 치아를 보여주면서 치아를 닦은 후의 보상을 제시하였다. 그 이후 펩소던트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치약이 되었고 사람들은 치아를 닦는 것을 당연한 습관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럼 이쯤에서 작가가 개인의 습관변화에 추가로 언급한 기업의 습관에 대해서도 언급해 보겠다. 성공한 기업은 어떻게 습관을 변화시켰는지를 살펴보고 우리의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1987년 미국의 알코아라는 알루미늄 회사에 폴 오닐이라는 새로운 CEO가 취임을 하였다. 모든 투자자 및 언론은 그가 어떤 각오와 방향으로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할 지에 온통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폴 오닐은 이러한 기대와 전혀 다른 엉뚱한 발언을 내 놓는다. “저는 알코아를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 사고율 제로를 목표로 할 겁니다”. 순간 투자자들은 어리둥절했고 폴 오닐은 투자자들을 당혹해하는 한 마디를 덧붙인다. “오늘은 더 이야기 하기 전에 이 방의 비상구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취임식장에는 적막이 흘렀다. 연설이 끝나자 투자자들은 앞다투어 취임식장을 빠져나가며 공중전화를 붙잡고 투자자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알코아 주식을 빨리 파세요”. 하지만 이러한 투자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알코아는 폴 오닐이 경영을 맡은 이후 1년 만에 역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렸으며 그가 물러난 2000년에는 순이익이 취임 전 보다 5배나 증가했고 주식의 가치는 5배가 상승했다. 과연 무엇이 알코아를 변화시킨 것이었을까? 산업재해를 줄인 것이 효과를 보았던 것인가?

사실 알코아의 이 신임 CEO는 취임 전 회사에 대해 여러 가지로 분석을 하였고 알루미늄 회사의 특성상 매우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것과 근로자들은 각종 안전사고로부터 불안해 있었고 회사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이 미흡하였다는 점을 간파하였다.

그는 안전을 습관화하는 안전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회사 경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요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생각대로 알코아는 산재예방을 위한 모든 활동들을 수행하게 된다. 가장 먼저 생산공정의 어떤 문제가 사고를 유발하는 지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시작하였다. 생산공정의 개선은 다시 품질관리의 개선과 효율적 작업공정을 가져오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사고율이 감소되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사고율 감소와 공정의 개선이라는 작은 성과에 힘을 얻은 회사와 근로자는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관리자와 근로자간의 Bottom-up 소통이 활성화되는 회사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하였으며 알코아의 안전우선 습관은 회사에 존재하였던 소통의 부재, 현상에 안주하려는 문화와 같은 나쁜 습관 들을 하나하나 변화시켜 나가게 되었다. 결국 알코아의 신임 CEO인 폴 오닐은 회사에서 변화되어야 할 핵심습관을 정확히 파악하고 성공적으로 변화를 이끌었던 것이다.
그럼 폴 오닐의 핵심습관인 안전습관을 변화시킨 과정을 습관의 고리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선 기존의 안일한 안전습관을 바꿀 수 있었던 새로운 신호는 CEO의 강력한 의지와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사업장에 대한 근로자의 욕구였으며 보상은 안전한 사업장의 실현 그리고 안전관리 우수 근로자에 대한 포상이었다. 이러한 신호와 보상을 CEO의 적극적인 Leadership과 소통으로 근로자에게 확실하게 각인을 시킨 것이 해결의 열쇠였다는 생각을 해 본다.
폴 오닐은 나중에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쁜 습관 하나를 고칠 수 있다면 그에 따른 변화가 회사 전체에 파급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화학물질 누출사고 등 사회적 우려를 불러 일으킨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에서는 최고 경영층의 강력한 Leadership과 안전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으며 산업계에서도 안전전담 조직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 상황에 폴 오닐의 안전경영 사례는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안전문화의 정착이 아닌가 싶다. 최근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도 이사장께서 올리신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문화, 행복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필자는 안전문화가 정착되려면 우선적으로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안전에 대한 인식을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지를 정확히 인식하여야 하며 이러한 인식전환이 반복행동으로 나타나 안전습관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말로만 하는 ‘Safety First’는 더 이상 우리의 안이한 습관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이제는 우리도 알코아의 폴 오닐처럼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신호와 보상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경영층과 안전관계자 분들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켜 개개인 스스로 안전을 확보해야겠다는 신호가 나타나야 하며 이를 통해 안전한 행동이 반복 행동화되고 그 결과로 산업재해가 없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작업환경이 구현되었을 때 안전습관이 형성되고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기관도 기업체도 최근의 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번 안전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 모두가 안전습관을 통한 안전문화 정착에 좀 더 노력한다면 우리 사회는 머지 않아 사고 없는 행복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저의 칼럼을 읽어 주신 분 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