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영 (사)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6~7월은 장마가 잦은 달이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보이지만 제주는 6월 19일, 남부지방은 6월 23일, 중부지방은 6월 25일 전후로 시작된다. 장마가 끝나는 시기는 7월 24일에서 7월 25일경으로 본다.

2023년은 역대 4번째 ‘슈퍼 엘니뇨’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고한다. 해수면 온도가 평년(일기 예보에서는 지난 30년간의 기후의 평균적 상태를 이르는 말) 대비 2도 이상 높은 경우를 슈퍼 엘니뇨라고 분류하는데, 미국 지구물리유체역학연구소(GFDL), 미국 해양대기연구소(COLA), 호주 기상청(BoM-A) 등의 예측 모델이 올여름 슈퍼 엘니뇨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상 관측이 현대화된 1950년대 이후 슈퍼 엘니뇨는 1982~1983년, 1997~1998년, 2015~2016년 등 3번 발생했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다가올 네 번째 슈퍼 엘니뇨가 역대 최악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하고 있다.

엘니뇨 현상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남미 페루 부근 태평양 적도 해역의 해수 온도가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이듬해 봄철까지 주변보다 2~10℃ 이상 높아지는 이상 고온 현상을 말한다. 발생 주기는 불규칙적이지만 보통 2~7년의 주기를 가지며, 발생 지역은 열대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남아메리카 해안으로부터 중태평양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역풍과의 상호 작용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지구 곳곳에 기상 이변이 발생하여 많은 피해를 야기 시킨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라는 뜻이다. 대문자로 쓰면 ‘아기 예수’가 된다. 크리스마스쯤 페루 연안의 수온이 올라 멸치가 잡히지 않자 어민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가족과 연휴를 보낸다. 이런 휴식을 예수가 준 선물로 빗대 엘니뇨라고 불렀다가 굳어진 용어가 됐다. 반대로 열대 서태평양 무역풍이 강화되면 열대 동태평양에서 평년보다 낮은 수온이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엘니뇨의 반대라는 의미로 ‘라니냐’라고 하는데 스페인어로 ‘여자 아이’를 뜻한다.

엘니뇨가 오면 일부 지역에서는 홍수, 일부에서는 폭염을 몰고 온다. 슈퍼 엘니뇨 시기엔 이런 기상 변화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1982~1983년 첫 슈퍼 엘니뇨 당시 페루와 에콰도르에 평소보다 40배 가까운 폭우가 내렸다. 반면 당시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등은 극심한 폭염을 겪었다. 강도가 역대 최강이었다는 두 번째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1997~1998년에는 피해가 더 심각했다. 1998년 여름 중국 화남 지방에 수개월 동안 비가 쏟아지는 홍수가 발생해 3,000명 이상이 숨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엘니뇨가 나타난 여름에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늘어나고,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상승하여 폭염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 역시 해마다 기록을 깨며, 일상적인 사건이 되어 가고 있다. 전 세계의 온도는 지난 100년간 0.74℃가 상승했다. 2000년 불가리아에서는 갑작스러운 열풍으로 100여 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으며, 같은 해 튀르키예 에서도 고온으로 철로가 녹거나 뒤틀려, 열차가 탈선하고 승객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세 번째 슈퍼 엘니뇨(2015~2016년) 때는 유난히 폭염이 심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제주도 넓이 1.6배에 해당하는 30만ha의 열대우림이 불에 탔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도 61만ha나 소실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서울의 더위는 2006년에 최고치를 기록해, 더위로 700여 명이 사망한 1994년의 기록을 깼다. 학자들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어 2032년 이후에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서울에서만 3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슈퍼 엘니뇨가 몰고 오는 이상 기후는 지구 곳곳에 다양한 방식으로 타격을 가한다. 
•우선 식량 위기를 부른다. 날씨 변화로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을 낳기 때문이다.
•바닷속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첫 번째 슈퍼 엘니뇨 시기였던 1984년 페루의 멸치 생산량이 급감한 사례다. 슈퍼 엘니뇨로 해수 온도가 급상승한 탓에 멸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퍼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인류에게 위협적이다. 세 번째 슈퍼 엘니뇨 시기였던 2015~2016년 미국 남서부에서 페스트와 한타바이러스가 창궐했다. 탄자니아에서는 콜레라, 브라질·동남아시아에서 뎅기열이 번졌다.
•기타 글로벌 물류 산업도 엘니뇨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한다. 미주 대륙의 핵심 루트인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의 파나마운하에서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화물 운송량이 줄어든다.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기후는 예측 불가능하다고 한다. 인류가 초래한 온난화와 결합해 ‘역대급 고온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태풍과 가뭄, 폭염, 홍수 등 극한 기상이 예상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실정에 맞는 철저한 대비와 함께 이산화탄소 감축에 나서야 한다. 나부터 전기자동차로 바꾸고, 종이컵 하나라도 안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