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재난안전칼럼] 방재영웅(防災英雄)들의 이야기‘설리’ 기장께는 행운을,‘미키’와 ‘릭’께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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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27  21: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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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2020년을 마무리하면서 재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음을 알리고 싶다. 각종 재난으로 셀 수 없는 인명과 재산상 피해를 입고 있고, 그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서도 본연의 책무를 다한 분들이 있다. 21세기 들어 최악의 재난이라 불리는 911테러, US 항공기의 허드슨강 불시착, 동일본 대지진을 되짚어 보며 방재영웅들을 기려본다.

엔도 미키((遠藤未希 여, 1986년생)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생긴 쓰나미가 일본 동부 마을을 덮쳤을 때, ‘엔도 미키’는 결혼한 지 겨우 8개월 된 미야기현 위기관리과 직원이었다. 1960년 칠레 지진, 1964년 알래스카 지진,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 등이 있었지만, 동일본 대지진은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폭발까지 더하면서 최악 중의 최악 지진으로 기록되었다. 공식 사망자만 2만 명이 넘는다. 이 중에는 ‘미키’도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주민들을 대피시키려고 재난방송을 하다가 결국 사망했지만 7천여 명의 생명을 살렸다. 예사롭지 않은 지진임을 눈치챈 ‘미키’는 급히 마이크를 잡았다. 3층 건물의 2층에 위치한 방송실에서 그녀는 다급하게 외쳤다. “높이 10미터 이상의 큰 쓰나미가 밀려 옵니다. 즉시 고지대로 대피하세요!” 다급한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마을에 울려 퍼졌다. 멀리서 선박과 자동차, 집 등이 파도에 떠밀려 오는 것을 보면서도 ‘미키’는 끝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3층 옥상으로 대피하면 살 수 있었는데…. 아직 쓰나미 대피방송을 못들은 누군가가 있을까 봐 경고 안내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미야기현 해안에는 1만7천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고, 그중 7천여 명이 방송을 듣고 대피해서 목숨을 구했다. 그녀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52일 만에 시체로 발견되었다. ‘미키’가 우리들의 가슴에 기억되는 것은, 자신의 안위보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끝까지 애를 썼기 때문이다

체슬리 설렌버거(Chesley Burnett “Sully” Sullenberger 남, 1951년생)
US 항공기가 이륙한 지 2분여 만에 새때들과 충돌하여 비행기의 양쪽 엔진은 정지하게 된다. 비행기의 동력이 떨어지고 엔진작동이 안되는 문제를 파악한 기장 ‘설리’는 바로 관제탑에 긴급구조신호를 보내고 상황을 설명한다. 관제탑은 회항 가능한 공항과 활주로를 확보하고 유도를 하지만 고도가 떨어지는 속도로 봤을 때 불가능했다. ‘설리’ 기장은 이에 근처에 있는 허드슨강에 착수 하겠다고 말하고 슬라이딩을 시작한다. 물 위로 불시착을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계산하면서 착수에 성공한다. 
가라 앉기 시작하는 비행기에서 155명의 탑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킨다. 불시착을 목격하고 있던 주변 여객선들은 누가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구조에 적극 나선다. 탑승객 155명 전원은 비행기가 물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구조된다. 한 편의 드라마다. 이륙하고 새때들과 충돌하고 허드슨강으로 불시착하기까지 고작 5분이었다. 짧은 시간에 본능적인 대처가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에 박수를 보낸다. 뉴욕에 거주하는 ‘설리’ 기장은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뉴욕거리를 산책하거나 조깅한다. 몸 관리를 위해 하는 일상이지만 늘 머릿속에는 만약을 생각하며 걷고 뛴다. ‘설리’ 기장은 1만 시간의 법칙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예고하고 찾아오면 위기가 아니겠죠. 그것에 대해 대비를 하거나 하다못해 마음의 준비라도 할 테니까요…. 그런 위기 상황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있습니다. 사건·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건·사고가, 그런 위기 상황이 나의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은 잘 하지 못합니다.] 본인도 모르게 뉴욕 빌딩들의 높이까지 ‘설리’ 기장에게 스며들었고, 1만 시간의 법칙이 탑승객 전원을 살렸다. 이 사고는 허드슨강의 기적(Miracle on the Hudson)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훗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릭 리스콜라(Cyril Richard Rescorla 남, 1939년생)
‘릭 리스콜라’는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에 입주한 투자 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재난 안전 책임자다. 평소에 WTC도 테러에 안전하지 않으니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88년 팬암 항공기 테러, 1993년 WTC 지하층 테러를 당하고 나서야 모건스탠리 CEO는 안전훈련에 필요한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릭’은 메뉴얼을 구축하고 3개월에 한 번씩 대피훈련을 실시한다. 모건스텐리를 방문하는 고객에게까지 안전교육을 시킨 후 업무를 보도록 하는 등 철저히 대비한다. 훈련에는 CEO를 비롯하여 임직원 모두에게 예외가 없었다. 9.11 테러 당시 모건스탠리의 임직원 2,700여 명과 300여 명의 투자자가 ‘릭’의 6년간의 끈질긴 반복훈련과 교육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모건스탠리는 24시간 이내에 시스템을 재가동시켜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다. “인간이 재난으로 충격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뇌를 움직이는 최상의 방법은 훈련이다. 똑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것뿐.” 이것이 ‘릭’의 신념이었다. 모건스탠리의 임원들은 “그 덕분에 우리는 최면에 걸린 듯 피난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릭’은 “모두 탈출했는지 확인하겠다”며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타워 붕괴와 함께 산화되었다.

‘설리’ 기장께는 행운을…
‘미키’와 ‘릭’께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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