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재난안전칼럼] 재난과 인문학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이여란 기자  |  safetyin@safety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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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6  1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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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우리나라에서 ‘다크투어리즘(Dark?Tourism)’이란 용어가 처음 소개된 건 2008년으로 기억된다. 전쟁, 학살등 역사적으로 잔학무도한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들을 찾는 여행 패턴을 말한다. 역사의 참상을 돌아보며 자기반성과 교훈을 얻는다는 점에서 블랙투어리즘(Black?Tourism), 그리프투어리즘(Grief?Tourism)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말로는 ‘역사교훈여행’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 명이 학살당했던 폴란드 아우슈비츠수용소, 미국대폭발테러사건(9·11테러)이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WTC) 부지인 그라운드제로(Ground?Zero), 원자폭탄 피해 유적지인 히로시마평화기념관, 약 200만 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유적지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 다크투어리즘 장소는 한국전쟁을 전후로 수만 명의 양민이 희생된 사건의 실상을 알려주는 제주4·3평화공원, 국립5·18민주묘지, 거제포로수용소,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이 있다.
 언제부턴가 휴가철이면 재난현장을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지난해 여름에는 ‘경주 지진피해 현장’과 ‘제주 43평화공원’을 돌아봤다. 2016년 9월 12일 밤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문화재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경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찌감치 관광객들이 몰리기전 입장시간 보다 한 시간 빨리 첨성대로 향했다. 마침 해설자가 나와 있었다. 첨성대(국보 제31호)는 신라 선덕여왕 때(재위 632∼647)에 축조되었다. 첨성대는 높이 9.5m로 아래의 기단부, 그 위의 술병형의 원통부, 다시 그 위의 정자석(井字石) 정상부(頂上部)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 원통부 중간 부분에 한 변이 약 95㎝인 정방형의 창구(窓口)가 나 있다. 
 

 창구의 내부 아래쪽은 잡석으로 채워져 있고, 그 위쪽은 정상까지 뚫려서 속이 비어 있는 형태라고 설명한다. ‘그 이유가 뭐냐’ 라는 질문에 해설자는 ‘지진에 견디기 위한 공법중 하나’라고 대답한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머리가 숙여진다. 첨성대는 원래 중심축에서 북쪽으로 20㎝ 기울어진 상태였으나 지진의 영향으로 기존보다 북쪽으로 2㎝ 더 기울어졌다.
 신라·고려 때도 경주에 지진이 많았지만 한 번도 수리했다는 기록이 없다. 자갈과 흙으로 속이 촘촘히 채워져 있어서 지진 대응 성능이 뛰어난 건축물이라고 한다. 피해 당시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있어서 진동이 와도 오뚝이처럼 견디는 복원력이 있다”고 말한다.
경주에서 하루를 더 머물고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는 중국, 대만을 비롯하여 내외국인 관광객이 2018년에만 1천400만 명이 넘었다. 하루에 평균 4만여명이 방문한다고 보면 된다. 제주는 ‘힐링을 기대하며 찾는 곳’, ‘부담 없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면서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다.
 특히, 제주는 저가 항공편을 통해 쉽게 오갈 수 있고,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자연환경과 더불어 일상을 벗어난 해방감을 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혔다고 한다. 그럼에도 제주4.3평화공원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한산하다. 서글픈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국인들은 제일 먼저 찾아볼 곳인데…
 

 재난안전전문가 입장에서 책임감을 느낀다. 재난안전에 대한 대국민 의식수준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주4·3평화공원(濟州 4·3 平和公園)은 제주시?봉개동에 위치한 공원이다. 40만㎡(12만평)의 넓이에 위령제단·추념 광장·위령탑·상징 조형물 등이 있는 ‘위령·추념 공간’, 4.3 사료관이 있는 ‘역사 재현 공간’, ‘4.3 문화관’ 등 3개의 영역으로 조성되어 있다. 4.3 사건의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희생자의 명예회복 및 평화와 인권을 위해서 건립되었다.
 재난현장을 투어하면서 재난과 인문학의 관계, 즉 재난의 발생에서부터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시스템의 형성과정에서 인문학(人文學,?humanities)을 읽을 수가 있었다. ‘인문’이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및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말한다. 인간다움의 특징, 인간의 삶과 사고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을 인문학이라 한다. 자연과학과 더불어 기초학문에 속한다. 흔히들 인간 본질의 정수를 다루는 학문이라고도 한다.
 인문학의 주요 영역으로는 역사학, 철학, 종교학, 신학, 문학, 언어학 등을 들 수 있으며 역사학(歷史學,?study?of?history)을 최고로 꼽는다. 재난은 역사학과 밀접한 관계가 성립된다. 역사학이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 사회 변화, 사상, 문화를 다루는 학문으로 과거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활동에 대한 기록을 정확하고 포괄적으로 복원하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역사’ 라는 말의 뜻은 인간이 살아온 사회생활 총체로서의 ‘과거’를 의미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 혹은 과거 사건에 대한 서술을 역사로 본다. 역사학은 과거에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지부터 시작하여 그 후속 사실들을 모티브로 따져 나가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성수대교 붕괴(’94), 삼풍백화점 붕괴(’95), 대구지하철 화재참사(2003) 등은 건설사의 부실공사와 감리담당 공무원의 부실감사, 빨리 만들고 보자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낸 대참사다.?연호(’63)·남영호(’70)·서해페리호(’83) 침몰사건의 무기력한 대응과 안이한 후속 조치는 세월호(2014) 침몰까지 몰고 왔다. 최근 재난사례와 대응시스템을 볼 때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에 상응하는 재난안전전문가도 절대 부족하다.
 재난안전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서 나온다는 것이 역사에서 증명되고 있다. 1995년 고베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재난대응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공학에 인문학을 융합한 ‘사회안전학부’를 개설하여 ‘재난학’을 이끌고 있다. 재해에 대한 정부 대처문제, 안전시스템 작동여부, 사고초기 인력투입문제 등 관련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재난을 기억하고 피해당사자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세월호 침몰 직전에 주고받은 ‘사랑해' ‘고마워’라는 짤막한 말을 남기고 떠나간 희생자들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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