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발행인 이선자

새 정부는 지난달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거쳐 관계부처 합동 명의로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선진국 수준의 사망재해 감소’를 목표로 위험의 외주화 방지, 건설공사 발주자 안전책임 부과 등이 세부 추진과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같은 대책이 발표된지 3일만에 STX조선소의 건조 중인 화물운반선 탱크작업장에서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4명이 폭발사고로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지난 5월 1일 사망 6명에 25명이 부상한, 이른바 삼성중공업 거제현장 대형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3개월밖에 안돼 터졌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노동청과 해경이 원인조사와 감식, 작업중지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이후의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중 위험의 외주화 방지 부문에 조선업은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양대노총 또한 이점을 지적하며 정부에 대해 비난 성명을 퍼붓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위험의 외주화 방지와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선업종은 여전히 외주화 방지 업종에서 제외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민주노총 또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중대재해 예방대책’에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도급금지는 수은과 제련업종으로 한정하고, 조선업에 대해서는 산업안전관리비를 제도화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정부의 이번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은 제목만 거창하지 실상은 ‘알맹이 빠진 껍데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기왕에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보다 철저한 원인 파악과 조사를 통해 그 대상을 확대하고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정부가 솜방망이 처벌과 허울 좋은 대책만 되풀이한다면 과거 정부와 다를 것이 무엇이며, 그 사이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희생은 무엇으로 보상할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