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는 8월 27일 14:00, 서울고용노동청에서“통상임금과 임금교섭: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하계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산적한 현안으로 인해 올해 임금교섭이 지연되고 교섭 과정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바, 이번 토론회에서는 임금교섭에 대한 분석을 통해 노사관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였다.

“통상임금 판결 이후 임단협 현황 및 사례”를 발표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임금결정률(임단협 진도율)은 작년보다 다소 늦은 35.3%를 나타냈다.

한편, 타결된 사업장들을 지불능력과 노사관계를 축으로 유형화해보면, 노사협력의 기반이 탄탄한 LG전자가 600%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화하고 임금인상은 동결했는데,
Z사의 경우 비슷한 합의 내용을 장기 파업을 겪은 이후 타결하여, 통상임금 이슈와 관련하여 기존의 노사관계 기반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성재 연구위원이 자동차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불능력이 통상임금 문제 해결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자동차부품기업들이 원하청거래 관계 속에서 임금인상률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거나 단가인하 압력을 받음으로써, 지난 10여 년간 규모간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재하청 등을 통하여 고용이 중기업에서 소기업으로, 다시 영세기업으로 하강분화되는 현상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불능력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등을 크게 올리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많은 사업장들은 원청 대기업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조성재 연구위원은 원청 대기업이 파업 이후 고율의 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타결에 이르는 경우, 통상임금 문제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현실화되고, 그동안 진행되어온 극심한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에 조성재 연구위원은 통상임금 인상 효과를 금년에 전부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2~3년에 걸쳐 임금구성의 단순화를 모색하고, 인상분의 일부는 기금 등의 형태로 출연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연대임금 전략을 구상하고 금년에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을 주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관련 임금단체협상과 법원판결 사례분석”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연세대학교 이지만 교수는 2013년 통상임금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38개의 개별 기업의 2014년 임단협 결과를 통상임금 확대여부와 임금인상여부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근로시간의 단축, 업무방식의 변화, 생산성향상 노력, 교대제 개편, 임금피크제 도입, 그리고 임금체계 개편의 노력 및 성과의 미흡함을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노·사·정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지만 교수는 미래지향적인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선은 노·사 일방의 노력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하면서,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과거 임금의 소급청구로 소모적인 노·사간의 이익분쟁을 지향하고 노·사는 기업의 지속적 성과와 경쟁력 제고가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통상임금에 신규 포함 항목을 조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임금협약의 결과를 ‘과거’를 매듭짓는 계기임과 동시에 ‘미래’를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바라보고 노·사간의 현명한 임금협상을 통하여 통상임금 관련 임금체계의 ‘복잡한 과거’를 청산하면서 ‘노사상생의 미래’를 위한 협력과 양보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임금체계 개편과 노사관계 과제”를 주제로 마지막 발제에 나선 동국대학교 이영면 교수는 금년도 임단협 교섭은 전년에 비해 늦게 진행되고 있으나 임금체계 개편을 포함한 복잡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불안해지는 것은 노사 양측 모두에 부담을 주는 것이고, 국가경제에도 이익이 되지 않으므로, 임금체계에 대한 노사간 논의의 장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단계별 접근을 제언했다.

이에 따르면, 먼저 임금수준과 임금체계의 논의를 분리하여 임금체계 개편이 종국적으로 임금수준 저하를 위한 수단이라는 노동계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이러한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논의의 전개를 위한 몇 가지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합의할 수 있고 그 다음에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의 보장되어 있는 사항에 대해 조건 없는 양보를 요구하지 않고, 개별 조합원의 의견을 존중하며, 노조의 양보분을 비정규직 보호나 지역사회 환원에 활용한다는 사항이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영면 교수는 이 밖에도 추가적으로 연공급과 관련이 없는 다수의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임금격차 가능성, 공공부문의 호봉제 연공급, 임금체계 형성의 역사적·문화적 측면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