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윤 은 기

3力과 3心이 성공 DNA다.
우리나라는 역동성이 넘치는 사회다. 정말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말이 실감나는 사회다. 매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기지만 우리만의 독특한 지혜와 위기관리능력을 가지고 잘 풀어나가고 있다.
외국의 평론가들은 우리나라를 늘 위기의 나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도 정치위기도 잘 풀어나가는 것을 보고 놀라곤 한다. 우리민족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공DNA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DNA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나는 특히 스포츠를 통해 이 DNA를 자주 확인하고 있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어린 여자선수들이 세계챔피언이 되었을 때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17세 이하 여자축구는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한국축구의 역사를 바꾸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FIFA여자 축구사에도 영원히 명승부로 기록될 것이다.
여자축구의 저변이 빈약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적 강팀을 차례로 꺾으면서 결승전에서 당당하게 경기를 펼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가슴을 조였고 환호하였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막상 우승을 하고 난 후 우리 선수들의 태도를 보니 경기를 응원했던 국민들보다 침착하였고 당당하였다.
귀국 후 공항에서도 ‘이렇게 환영해 주실 줄 몰랐네요’라는 인사를 하였고 승부차기 할 때 떨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제 차례가 왔길래 그냥 용감하게 찼어요’라는 답변을 하였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똑똑하고 당차다. 축구를 즐기라고 말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이기면 좋지만 져도 괜찮다. 그러니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라고 했다.’
당시 경기를 우승으로 이끈 덕장 최덕주 감독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나라 스포츠감독의 성공 DNA도 진화하였음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성공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힘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실력-담력-매력이다. 축구는 실력차이가 크게 나면 아무리 싸워도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없다. 먼저 실력을 길러야 한다. 실력은 개인의 기본기와 선수들의 팀웍 그리고 감독의 작전에서 나온다. 우리 선수들과 감독은 끈질긴 노력으로 세계적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둘째는 담력이다. 팽팽한 경기에서 누가 더 용감하고 침착하며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는가가 승패의 중요 요인이다. 오늘날 스포츠 심리학이 각광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심리적 조절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이 담력 면에서 이미 최강이다. 한 마디로 겁이 없다. 지난번 캐나다에서 열렸던 여자 피겨 선수권 대회에서도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 선수가 대결했을 때 실력뿐만 아니라 담력에 엄청난 차이가 드러났고 이것이 경기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
셋째는 매력이다. 매력은 사람을 잡아당기는 힘이다. 아름답고, 당당하고, 밝아야 매력이 있다. 우리 선수들은 표정도 밝고 말도 시원시원하게 한다. 게다가 멋도 낼 줄 안다. 나는 요즘 우리 젊은이들이 뛰는 경기를 보면서 과연 ‘한류세대답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초청행사에서는 대통령 말씀을 듣기 전에 남자가수그룹 샤이니가 나타나자 우르르 달려가는 바람에 대통령 말씀이 생략되는 일까지 생겼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오직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책상머리에 사무실벽에 ‘정신일도 하사불성’ 이라고 써놓고 한우물만 파고들던 것이 과거의 성공방식이었다. 야단을 치고 기합을 주고 선수들에게는 윽박지르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실력-담력-매력이라는 3력(3力)으로 뭉쳐진 새로운 성공인자가 형성된 것이다.
평생 인력개발(HRD)을 담당해온 나로서는 이 3力의 뿌리를 좀 더 생각해 보았다. 이 3力은 무엇을 만나야 더 잘 자라고 강해지는 것일까? 그것은 세 가지의 마음에 달려 있다. 바로 양심- 열심- 합심이다.
양심은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이다. 인간은 마음이 흔들리면 실력도 담력도 매력도 상실하게 된다. 인간의 당당함은 양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열심은 열정적 마음, 뜨거운 마음이다. 타고난 지능이 좋은 사람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당할 수가 없다. 인간은 타고난 잠재능력의 백분의 일도 쓰지 못하고 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뜨거운 마음으로 매진하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게 되어 있다. 세계적인 최고 CEO들의 공통점도 바로 이 열정(Passion)이었다. 합심은 팀웍이며 소통이다. 개인주의를 넘어 우리 팀의 목표를 이해하고 감독의 뜻을 살리고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작품이 나온다. 이번 우리 축구선수들을 감독과 선수 모두 최고의 팀웍과 소통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 3력(3力 )과 3심(3心)이 스포츠 분야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방송국에 방영되었던 ‘남자의 자격’을 보고 나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음악을 잘 몰랐던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연습을 거듭해서 입상하는 과정을 보여 주었는데 거기에는 단지 음악연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3심을 키워가는 과정 그리고 3力을 키워가는 과정이 들어 있었다.
지금 세계시장에 우뚝 선 우리나라 중소기업들 도 많이 있다. 소위 작은거인(Small Giants)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의 경영철학이나 기업문화를 살펴보면 예외 없이 ‘3력과 3심’이 들어있다. 우리나라는 60년 전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이제는 G20의장국으로 세계의 당당한 주요국가로 성장하였다. 60년 전, 30년 전, 전 세계의 그 어떤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의 기적같은 발전을 예측하지 못하였다.
60년 동안 발생된 수많은 사건, 사고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위기를 모두 과대평가했지만 우리는 이를 잘 극복해 내었다. 그 수많은 전문가들이 오판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한국인만의 성공DNA그리고 위기관리DNA를 간과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예술가처럼 벌어서 천사처럼 써라
요즘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사의 워런 버핏 회장과 마이크로 스프트사의 창업자 빌 게이츠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이 운동이 시작된 지 6주 만에 40여명의 미국 갑부들이 동참했는데 기부 약정금은 무려 1250억 달러에 달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부자들이 어렵게 번 돈을 절반씩이나 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워런 버핏 회장의 말에 어느 정도 답이 담겨있다.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의 1%이상을 쓴다 해도 나의 행복과 삶의 질은 높아지지 않겠지만 나머지 99%는 다른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동산 재벌인 엘리 브로드 부부가 한 말에도 답이 들어 있다.
‘큰 재산이라는 축복을 받은 사람들은 이를 지역사회나 국가 또는 세계에 돌려줄 수 있다. 누구는 이를 기회라고 하고 누구는 책임이라 하지만 우리는 이를 특별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특이한 속담하나가 비즈니스계에 나돌고 있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
이 말의 원래 뜻은 벌 때는 힘들지만 고생 끝에 돈을 벌어 놓으면 쓸 때는 즐겁고 편안해 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의 뜻이 변질되어서 돈이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어야 하고 쓸 때도 제멋대로 쓰는 것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개처럼 벌어서 못된 정승처럼 쓰는 사람들이 있다. 불량식품, 주가조작, 짝퉁제품 유통, 탈세, 밀수, 사기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번 돈을 유흥업소에 가서 흥청망청 쓰거나 사치나 도박에 탕진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도 망치고 사회도 망치는 사람들이다.
우리 주위를 보면 알뜰하게 모아서 큰돈을 벌었지만 쓰는 데는 너무 인색한 사람들도 있다. 재계에는 별명이 ‘WSK’또는 1/n인 분들이 여럿 있다. WSK는 왕소금을 줄인 말이고 1/n은 뭐든지 똑같이 회비를 걷어서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이 분들은 옷도 싼 것만 입고 다니고 음식도 싼 것만 주로 먹는다. 근검절약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도와 달라는 손길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책인 것이다. 이 분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전쟁직후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체험해 보았던 사람들의 생존본능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의 경제환경도 바뀌었고 문화와 의식수준도 바뀌었다. 사업을 하는 목적이 ‘부귀영화’를 추구하거나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요즘 젊은 사업가들은 사업을 하는 최종목적이 돈을 버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타인과 사회를 위해 공헌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젊은 기업가들이나 예비 기업가들에게 강의할 때는 이런 말을 자주하고 있다. ‘예술가처럼 벌어서 천사처럼 써라’ 예술가처럼 번다는 것은 자발적으로, 창의적으로, 열정적으로 사업을 한다는 뜻이고 천사처럼 쓰라는 것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기부하고 봉사하자는 뜻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기업이나 기업가들도 요즘 사회봉사와 기부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우물을 파주는 일을 꾸준히 펼치는 기업도 있고 안면기형 어린이의 수술비를 지원하는 기업도 있고 어린이 암환자들을 돕는 기업도 있다.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일수록 직원들의 팀웍이 좋고 직장만족도도 높은 것이 특징이다.
‘직원들과 회식을 하거나 야유회를 다니는 것보다 함께 봉사활동을 다녀왔을 때 더 행복해 합니다.’ 이번 ‘기부운동’에 참여한 억만장자들은 모두 큰돈을 내놓았지만 더 큰 행복을 얻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이 세상이 희망이 있는 사회라는 믿음을 전파하고 있다.
워렌 버핏의 기부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톰 테일러 부부가 인용한 성 프랜시스의 경구는 이제 우리 사회에도 수동적 기쁨보다 능동적 기쁨이 필요함을 가르쳐주고 있다. ‘위로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나눠주고 용서할 때 얻는 능동적 기쁨이 소유하고 더 많이 차지할 때 얻는 수동적 기쁨보다 크다.’
수년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행복한 사람이 옆집에만 살아도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21세기는 수평적 사회이고 다양성사회라는 특징이 있다. 영웅의 시대가 아니고 모두가 리더가 되는 사회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3力과 3心 그리고 나눔과 봉사야말로 새로운 리더십의 필수요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