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금융사업부 총괄 컨설턴트, 안 필 용

직장인의 필요 1위 - 리더십

필자는 20년째 직장에 재직 중입니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필자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리더쉽을 제일 먼저 말할 것입니다. 이 리더쉽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처럼 필요한 부분이 되었을까요?
리더쉽을 우리말로는 지도력, 통솔력 그리고 지휘력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리더쉽은 한 개인이 다른 구성원에게 이미 설정된 목표를 향해 정진하도록 행사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입니다.
리더란 목표를 제시하고, 이 목표에 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왜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가를 의사소통을 통해 설득하고 납득시키며, 리더 자신이 그 목표 달성을 위하여 솔선수범하여 열심히 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리더쉽은 오늘날 사회를 살아가기 위하여 매우 필요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리더쉽을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을 통해 배워보고자 합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목적
먼저, 세종이 훈민정음 창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의 목적을 들여다보면 세종이 갖고 있는 백성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목적이 무엇이냐에 대한 설명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세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언어의 통일을 통한 공통체 의식의 함양인데,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의 어근이 비슷하듯이 ‘말’이 통해야 ‘마음’이 연결되고 ‘마을’ 공통체의 우리 의식이 생깁니다. 중국 역대 황제들이 중원을 통일한 이후 곧바로 도량형과 언어를 통일한 것은 바로 나라의 통합이 바로 언어의 통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언어와 문화적 상상력의 관계인데,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이전과 이후의 글쓰기, 일반 백성들의 언어 생활의 변화, 더욱이 사대부 계층에서 훈민정음 창제를 계기로 한문에 대해서 더 정확한 이해가 가능했다는 점 등입니다. 이는 문자의 사용을 통해 사람들의 문화적 상상력이 높아졌다는 점을 잘 말해줍니다.
셋째는 백성에게 문자를 만들어 줌으로써 사회 계층간의 단절을 막으려는 것인데, 세종은 당시에 문자를 모르는 사람이 겪어야 하는 억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소통매체를 만든 것입니다. 이는 감옥 등에서 자신의 죄가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가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수령이나 아전과의 친소관계에 따라서 자신이 엉뚱한 죄를 뒤집어 쓰는 경우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정음을 창제한 것입니다.
세종의 재임 중반기(재위 14년 11월)에 신하들과 대화에서 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세종이 신하들에게 먼저 말을 하는데, “비록 사리를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율문(律文)에 의거 판단이 내린 뒤에야 죄의 경중을 알게 되거늘, 하물며 어리석은 백성이야 어찌 범죄한 바가 크고 작음을 알아서 고치겠는가. 비록 백성들로 하여금 다 율문을 알게 할 수는 없을지라도 별도로 큰 조항만이라도 뽑아 적고, 이를 이두문으로 번역하여 민간에 반포하여 어리석은 백성들로 하여금 범죄를 피하게 함이 어떻겠는가?” 이에, 이조판서 허조가 아뢰기를 “신은 폐단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간악한 백성이 진실로 율문을 알게 되면, 죄의 크고 작은 것을 헤아려서 두려워하고 꺼리는 바가 없이 법을 제 마음대로 농간하는 무리가 이로부터 일어날 것입니다.” 라고 합니다. 그러자 세종이 즉각 반문하여 “그렇다면 백성으로 하여금 알지 못하고 죄를 범하게 하는 것이 옳겠느냐. 백성에게 법을 알지 못하게 하고, 그 범법한 자를 벌주게 되면, 조삼모사의 술책에 가깝지 않겠는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나서 14년이 지난 후 (재위 28년 9월), 훈민정음을 반포하면서 서문에는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28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쉬 익히어 날마다 쓰는데 편하게 할 뿐이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훈민정음의 비밀스런 창제 과정
이러한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세종이 취한 행동은 특별합니다. 세종은 일의 성과를 신민과 더불어 즐길 수는 있지만 그 시작을 함께 도모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어떤 경우에는 비밀리에 추진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에, 세종은 훈민정음 창제를 위해 소수의 제한된 인재들과 함께 비밀리에 연구와 회의를 거듭하면서 추진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최만리가 재위 26년 2월에 올린 장문의 상소를 통해 지적했던 것처럼, 만약 조공을 바치는 조선이 자신만의 문자인 훈민정음을 창제한다는 소문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면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따로 언문을 만드는 것은 중국에 가까워지는 길을 버리고 스스로 오랑캐와 같아지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대부들의 저항에 부딪혀 훈민정음 창제는 좌절되거나 방해받을 염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종은 창제를 공식으로 반포하기 바로 전까지 계속해서 훈민정음의 실험적 활용에 매진하는데 이 결과물이 용비어천가입니다.
훈민정음을 새로 만들어 놓고도 이를 경홀히 백성에게 반포하지 않고 연구와 실험을 거듭한 것은 세종이 훈민정음의 창제와 활용에 있어 좀더 완벽을 기하려는 배려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종은 훈민정음 창제 반대론을 논리적으로 적극 반박하는 동시에 반대자들을 처벌하는 등 훈민정음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보급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매우 단호하게 행동합니다.
이를 통해 훈민정음은 문자로서 생명을 얻게 되었으며, 세종이 원했던 어리석은 백성은 문자를 몰라 어려움에 처하지 않게 되었고, 문화적 상상력을 자극 받았고 더 나아가 ‘마을’ 공통체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세종에게서 배우는 리더십
훈민정음의 창제는 대내외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종이 직접 참여하여 소수의 제한된 인원에 의해서 진행되었기에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세종의 리더쉽을 몇가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열정을 가져라
열정은 다양한 계기를 통해 생겨나는데 첫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사명감입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평생을 헐벗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헌신한 테레사 수녀, 아프리카 수단에서 가장 척박하고 빈곤한 지역인 톤지에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사랑의 의술을 베푼 이태석 신부 등이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세종은 유교적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비전을 갖고 있었던 지도자로서 이를 위하여 하늘로부터 위임받은 귀한 백성(天民)들이 걱정 없이 먹고 살 뿐 아니라 누구나 글을 깨우쳐 억울함이나 불편함이 없이 그 뜻을 펴고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명감이 세종으로 하여금 열정을 갖게 하였고 훈민정음을 창제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세계 역사에서 여러 국가와 전쟁을 통해 통일된 국가를 세운 인물은 여럿 있으나 문자를 창제하여 국가를 온전히 통일한 이는 세종이 유일합니다. 세종은 열정이 넘치는 인물입니다.

둘째, 주위의 비난을 무서워 말라
세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삶은 순탄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해 노력하지만 주변에서 수많은 비난을 보내기도 합니다. 딴죽을 걸거나 뒤에서 붙잡아 끌어내리거나, 심지어는 비난을 하거나 헐뜯어서 추락하는 것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합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들고자 할 때에도 이는 커다란 모험이었습니다. 훈민정음을 창제하게 되면 우선 중국과의 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이러한 비난 때문에 자신의 목표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주변의 비난이나 질투는 성공을 향하거나 남들과 차이있는 사람에게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세종은 주위의 비난을 무서워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셋째, 인재를 기르고 선발하고 맡겨라
천인 출신 장영실의 승진을 놓고 조정에서는 논란이 벌어집니다. 신분과 능력 사이의 대립인데, 결과적으로 황희 등의 지지를 받아 장영실은 파격적인 승진이라는 혜택을 받습니다.
세종 시대는 15세기 전반기의 세계 과학 기술사에서 서방세계는 물론 아랍세계와 중국의 과학 기술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천문학의 발전과 당대 최상급의 금속활자 및 세계 최초의 우량계의 발명 등이 그 근거입니다. 그런데 이런 눈부신 성과가 가능했던 배경으로 세종의 탁월한 인재 발탁과 역할 부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장영실을 발탁했을 뿐 아니라 이천에게 일을 감독하도록 하여 팀 구성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그 일을 전담하여 성과를 거두도록 한 것입니다. 세종은 인재를 기르고 선발할 뿐아니라 일을 맡길 줄 아는 인물입니다.

결언
세종은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서 어리석은 백성의 의사소통이라는 사명감에서 발현하는 열정을 가지고, 신하들의 반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하고 좀더 완벽한 적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뿐 아니라 인재를 선발하여 일을 맡기는 데에 탁월하였습니다.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잡스는 젊었을 때 이런 격언을 읽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네가 하루하루를 오늘이 너에게 주어진 삶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어느 날엔가 그것이 진실이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이후 스티브잡스는 오늘이 그의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그가 지금 하려던 일을 할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만일 답이 “아니요” 라면 계획을 변경했다고 합니다.
오늘이라는 날이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물어본다면, 오늘도 여전히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의 과정이 우리 속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