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재난안전칼럼] ‘태풍’
김진영  |  safetyin@safty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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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9  14: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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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언제인지는 모르나 본인도 모르게 재난영화 보는게 일상에 한 부분이 되었다. 재난과 관련된 영화는 빠짐없이 본다. 그것도 두 세번씩 보는 경우도 많다. 영화속에서 ‘재난안전의 감각’을 익히기 때문이다.

2005년에 ‘태풍’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해운대’와 같이 자연재난을 배경으로 다루는 영화인줄 알고 보러 갔는데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태풍 이동 경로를 이용해서 한반도에 핵폐기물을 뿌리려다 그곳에 파견된 남한 장교에게 진한 동족애를 느낀 나머지 계획을 포기하게 된다는 내용이 잠깐 비춰졌다. 태풍이 올라오면 모든 선박은 가까운 부두로 피항하여 운항을 중단한다. 이 영화에서는 이점에 허를 찔러 ‘태풍의 눈’을 따라 작전을 실행한다는 시나리오다. 태풍에 대한 상식이 풍부하지 않으면 영화 제작이 불가능한 대목이다.

태풍은 중심부근 최대 풍속이?17.2 m/s?이상의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고 있는 기상 현상을 말한다. 태풍은 발생 지역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북태평양 동부와 북대서양 서부에서 발생하면 허리케인,?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면 사이클론이라고 불린다. TV에 자주 비추듯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으로 보도하고 있다.

2005년 9월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한 최고 시속 280km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1904~2017년까지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끼친 태풍의 발생 횟수는 349개다. 연간 약?3.1개가 내습한다고 보면 된다.?해마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많은 해에는?4개, 적은 해에는?2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태풍은 연중 발생하는데?1월부터?5월까지는 거의 없고,?날씨가 점차 뜨거워지는?7월부터?9월까지가 가장 빈번하다.?8월, 7월, 9월 순으로 많이 들이 닥친다. 90%이상이 이 기간중에 내습하며 8월 태풍이 가장 많은 피해를 준다. 때로는 2016년에 발생한 태풍 ‘차바’와 같이 10월에 오는 경우도 있다. 태풍은 통상적으로 탄생부터 소멸될 때 까지 평균?1주일 정도의 수명을 갖는다.

태풍은 중심에 가까울수록 풍속이 증가하지만 중심 중앙 부분에서는 풍속이 급감하여 구름과 바람이 없으며 대체로 맑고 고요하다. 이 부분을 일명  ‘태풍의 눈’이라고 한다. 눈의 크기는 보통 직경?20~50km?정도지만?100km가 넘는 경우도 있다. 태풍의 위력이 강해질수록 태풍의 눈은 커지고 뚜렷하다. 태풍 이동경로 기상 예보시 위성사진을 볼 때 가운데 동그란 부분이 태풍의 눈이다.

태풍은 우리들에게 익숙하게 느껴진지 오래다. 태풍은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많다. 인명과 재산상의 엄청난 피해를 안겨 주기도 하지만 환경정화 등 사회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도움도 만만치 않다.

바다에서는 심해의 플랑크톤을 끌어올려 물고기의 먹이를 풍부하게 해주고, 해수를 순환시켜 산소량을 대량 공급하여 적조현상을 막아주는 등 바다 생태계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육지에서는 각종 병충해를 쓸어가고 바람과 비로 대기오염을 순화시킨다.

그래서 효자 태풍이라는 말이 탄생되기도 했다. 이러한 효자 태풍도 강한 폭풍과 비를 동반하기 때문에 이동경로와 크기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예보해야 한다. 한 순간의 오보는 치명적인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교훈이 될 만한 태풍 두개를 소개해 본다.

’59년에 발생한? 태풍 ‘사라’는 1904년 한반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기록된 태풍 중에서 인명피해(849명 사망·실종)로는 가장 규모가 큰 태풍이다. 추석 하루 전날인 9월 17일 새벽부터 차례를 지내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남부지방으로 들이닥쳐 엄청난 피해를 끼친후 추석 당일 밤 12시에 동해로 빠져나가 소멸되었다.

폭우를 동반한 평균초속 45m(최대중심풍속은 85m/sec)의 강풍으로 해안지역에는 강력한 해일이 밀려오고, 육지에서는 강이 범람 하거나 역류하여 온통 물바다를 이루었다. 태풍 사라가 남긴 상처에 대한 표현을 봐도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수 있다. 당시 일간지를 인용해 본다.

“꼿꼿이 서있던 전주, 가로수, 벼이삭은 모두 누웠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은 토사에 매몰되어 흔적이 없고, 곧게 뻣은 다리며 도로는 유실되거나 파손 되었다. 가옥은 완전히 물에 잠겨 보이는 것이라곤 지붕 뿐이다. 물론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사라호는 어느것 하나 성한 것을 남겨 놓지 않았다. 낙동강 700리에 남은 것이라곤 흙탕물 웅덩이와 진흙뿐이었다. 해방후 최대의 곡창지대는 삽시간에 불모의 벌판으로 변했다.”

피해가 큰 이유는 중앙관상대(지금의 기상청)가 추석전날까지 “태풍은 대륙까지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17일에는 대체로 날씨가 갤 것”이라고 예보해 국민들을 안심시켰기 때문이다.

태풍 ‘사라’는 기상 및 자연재해 분야에서 최우선 언급될 만큼 악명높은 대표적인 태풍으로 기록되고 있다.
태풍 ‘사라’는 위험반원에 위치한 일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99명이 사망·실종되었다. 가항반원에 있던 우리나라가 피해가 큰 것은 기상 오보도 문제지만 ‘사라’와 같은 강력한 태풍에 대처할 만한 방재시스템의 부재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87년 태풍 ‘셀마’ 내습시에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이때는 본인이 직접 ‘중앙재해대책본부’에서 상황근무를 할 때다. ’59년 태풍 ‘사라’가 그대로 재현된 사례다. 어처구니 없는 태풍 예보와 대응으로 피해가 일파만파 커졌다.

태풍 ‘셀마’가 상륙하기 하루 전인 7월 14일에 기상청은 “대한해협 통과를 예상, 한반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보하여 태풍에 대한 대비가 느슨해 졌다. 대피했던 선원들이 피항한 선박으로 다시 돌아가서 밤을 보냈다. 인명피해의 대부분이 선원들 이었다.

태풍 셀마는 예상을 뒤엎고 7월 15일 밤 10시경 고흥반도에 상륙, 한반도 내륙을 관통하여 7월 16일 오전 6시경 동해상으로 빠져 나갔다.?345명이 사망·실종된 엄청난 인명피해를 안겨주었다.

이제는 태풍도 반가운 손님이다. 오랜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쌓여온 경험과 노하우가 이를 뒤받침 한다. 태풍에 대한 예보 적중률도 높아지고 대응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각 분야별 재난안전 전문가도 많이 양성되어 있다. 앞으로 올해와 같이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는 태풍을 생성하여 폭염을 잡을 수도 있다고 본다. 과거의 피해만 준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기능이 아닌 순기능을 잘 활용하는 태풍으로 인식되어지길 기대해 봐도 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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