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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칼럼]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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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7  1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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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영 회장

‘소나기’는 한 여름철에 자주 있는 현상으로 맑고 무더운 날, 보통 오후에 갑자기 퍼 부었다가 한두시간 안에 그치는 비를 일컫는다. ‘소낙비’라고도 하며 천둥번개를 동반하는 경우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적운(積雲) 또는 적란운(積亂雲)으로부터 내리는 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비에 비하여 굵기가 큰 편이며 일시적 또는 단속적인 비를 말하고 있다. 국지적으로 내리는 것이 특징이고 대류성 강수 형태를 말한다.

“여름 소나기는 소 잔등을 가른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소의 잔등에도 비를 맞는 부분과 비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여름 소나기는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옛 속담이다. 소나기는 여름철 계속되는 폭염을 식혀주는 듯 하다가 곧바로 피해로 이어지는게 특징이면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8월에 강수량이 제일 많다. 서울을 기준하여 볼 때 연평균 강수량의 25%인 348mm 정도가 내린다. 이는 태풍의 영향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류 불안정으로 인한 지역별 국지성 소나기가 주원인이다.

장마철인 7월이 지나가는 듯 하더니 폭염과 땡볕으로 올라간 수은주의 기세는 내려올 줄 모른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곳은 비가 오고 어느 곳은 길바닥이 멀쩡한 것을 볼 수 있다. 소나기의 특성이다. 소나기가 지속되면 게릴라성 집중호우, 물 폭탄으로 이어진다. 기상예보에 폭염이 계속되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하면 어디인지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김없이 소나기가 온다고 보면 된다. 장맛비로 물러있는 흙이 제풀에 흘러내려 산사태 등을 유발시키고 많은 인명과 재산상 피해를 끼친다. 빗물이 그대로 지표면을 타고 흘러 홍수를 가중시키고, 비탈진 연약지반은  자체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피서 철인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소나기는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정확한 예보도 어렵다.

1998년 8월 5일에 발생한 송추 유원지 산사태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지금도 산태로 밀려온 집채만 한 바위를 볼 때면 눈시울이 불거진다. 계곡물이 넘쳐 가옥은 침수되고 전기가 끊어진 상태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져있는 식당이 있어 대피했는데, 이 바위가 그 집을 덮쳐 인명피해가 커졌다고 한다. 가족이 모두 희생되었다고 하면서 얘기를 들려주는 젊은이는 망연자실이었다. 뿌리째 뽑혀 떠내려 온 나무는 이리저리 뒹굴고 송추계곡 입구까지 토사와 바위로 온통 매몰되어 있었다.

35명이 사망·실종되고, 음식점과 민박집 120여 채가 바위덩어리와 흙더미에 묻혔다. 이를 계기로 산림청에서는 산사태 방지를 위해 산림 안에 있는 계곡이나 소하천 곳곳에 사방댐을 설치하고, 이미 설치된 사방댐은 준설하여 토사 유출을 방지하는 사업을 벌였다. 또한 임도, 송전탑 진입로 시설 등 산림훼손이 우려되는 각종사업에 대한 피해방지 대책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동고서저형 지형으로 경사가 급하여 빗물이 일시에 하류로 몰려든다. 산림의 대부분이 무너지기 쉬운 풍화암, 마사토가 많아 집중호우 시에는 산사태가 발생한다는 상식에 유의하여 지형적 여건에 맞는 사방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4년 8월 25일에 부산광역시를 중심으로 동남권(울산, 창원) 도시에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있었다. 이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는 비 한 방울 오지 않았다. 강수량의 대부분이 13:00~15:00 2시간 사이에 퍼 부었다. 즉 시간당 100mm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이로 인하여 산사태 발생, 열차운행 중단, 항공편·여객선 결항, 도시 침수로 인한 도로기능 마비, 주택·자동차 침수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창원시 진동면에서는 시내버스 기사가 도로가 홍수로 잠겼는데도 무리하게 건너려다 물살에 휩쓸려 버스기사와 승객 등 7명이 모두 사망했다. 전형적인 여름철 소낙비 피해 유형이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7월 27일 08:00 전후)도 예외는 아니다. 본인이 서초동 ‘예술의 전당’ 앞 아파트에서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이면도로가 하천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빗줄기도 심상치 않고 멈출 기세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평생을 ‘중앙재해대책본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느낌이 남달랐다. 곧바로 집사람한테 전화를 했다.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지하에 주차된 승용차를 위층으로 긴급히 빼라고 전화를 하라고 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본인이 직접 관리실에 들러 마대를 주차장 진입로에 쌓도록 하여 빗물을 차단시키는 조치를 했다. 출근은 통상 승용차로 하고 있었다. 남부순환로 사당동-서울대입구-관악산 길을 지나 제2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다. 이날은 집을 나서는데 예감이 좋지 않아 ‘군자 대로행’이 생각나 곧바로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겠다고 다짐하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우면산 산사태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아차, 큰길로 들어서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앞섰다. 집무실에 도착 하자마자 우면산 피해상황을 살펴보면서 관악산 도로도 여러 곳에서 비탈면이 붕괴되어 도로가 막혔음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쉰 적이 있다. 전화를 걸게 했던 인근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홍수에 온통 잠겼는데 이웃 친구는 재빨리 차를 위층으로 빼올려 침수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방재전문가 친구를 옆에 두어 든든하다고 한다. 이러한 세월은 집사람도 누구 못지않은 재난안전 전문가가 되어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참 먹장구름 한 장이 머리 위에 와 있다. 갑자기 사면이 소란스러워 진 것 같다. 바람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삽시간에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목덜미가 선듯선듯 했다. 그러자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는 빗줄기.”
“소란했던 수숫잎 소리가 뚝 그쳤다. 밖이 멀게졌다. 수숫단 속을 벗어 나왔다. 멀지 않은 앞쪽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붓고 있었다. 도랑 있는 곳까지 와 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 황순원 <소나기> -

집사람과 함께 ‘황순원 문학관’을 들렀다. 황순원 작가의 삶과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양평군과 경희대학교가 힘을 모아 조성한 테마파크다. ‘소나기’ 대목 중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 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거기 가서는 조그만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문구에 착안하여 양평군 관내에 문화촌을 설치하기로 협의하고 2006년 말에 착공하여 2009년 6월 13일에 개장을 했다고 한다.

소나기 마을에는 황순원 작가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소나기 광장, 수숫단 오솔길, 징검다리 등을 산책로로 연결시킨 문학테마공원이 있다.

소나기광장에는 매일 두 시간마다 소나기 체험을 한다. 소설과 현실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어릴 때부터 ‘소나기’라는 개념만이라도 몸에 베이게 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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