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영 이사장 방재관리연구센터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재난과 관련된 영화는 찾아 다니며 그것도 두세번 반복해서 본다. 비행기 안에서도 재난영화만 골라서 본다. 영화는 재난에 대비하는 감각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재난영화 주제는 대부분이 지구를 구하고, 나라를 살리고, 가족을 지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실제 상황을 소재로 만들어진 재난영화는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 받는다. 보는것 만으로도 긴장감과 감동이 솟구치기 때문이다. 재난영화는 스토리와 호흡을 같이하며 응원을 할때는 손에 땀이 날정도로 힘이 들어간다. 현실은 이러한 재난이 흔하게 일어나지 않아 잊혀질수가 있다.
영화 속에서 ‘구사일생’하는 주인공이 되어보자.

2017년도 극장가의 키워드를 재난으로 볼수있다. 부산행, 터널, 판도라, 지오스톰까지 흥행세를 이어 갔다. ‘부산행’은 전국을 강타한 좀비바이러스와 부산행 KTX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다루었다. ‘터널’은 무너진 터널과 그안에 갇힌 한 남자가 살아 남기위해 생사를 넘나드는 모습을 영화화 했고, ‘판도라’는 대한민국을 덮친 지진과 원전 폭발이라는 초유의 재난속에서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오스톰은 17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정부연합이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에 속출하는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인공위성 조직망을 통해 날씨를 조종한다는 내용이다.

매년 5월 25일은 재해예방에 대한 국민의 인식·의식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으로 제정한 ‘방재의 날’이다. 5월 방재 주간을 맞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대전광역시에서 재난영화제를 선보였다. 2017년은 제2회를 맞아 엑스포시민광장 한밭 수목원 내 야외공연장에서 개최하였다. 5월 20일은 ‘부산행’을 5월 21일은 ‘터널’ 과 ‘판도라’를 이틀에 걸쳐 국내 대표 재난영화 세편을 상영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재난영화제’는 시민들이 영화를 통해 재난을 조금 더 가까이하며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그 경각심을 알리고,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해 준비한 행사라고 전한다. 시민들이 영화에서 실제 재난을 보고 느끼게 한 것이다.

실제 사례와 영화를 들여다 보자.
‘설리,허드슨강의 기적’
2009년 1월 15일 승무원을 포함 155명을 태운 항공기가 이륙한지 2분여 지났을때 새떼와 충돌하고 엔진이 멈추는 위기에 처한다. 이때부터 기장 설리(체슬리 설렌버거의 애칭)는 노련한 조종술과 동물적인 판단에 따라 허드슨강에 비상 착수한다. 주변에 있던 선박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20여분 만에 모두 무사히 구조된다.
설리는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시민으로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인근 거리를 산책하면서 건강도 다지고 주변 지형지물을 익히는 것을 생활화 한다. 허드슨강의 불시착도 오랜동안 실제 경험으로 다져진 감각과 노하우에서 나온 순발력으로 볼수 있다.
관제소와의 대화 내용에서도 엿볼수 있다.
미연방교통안전국은 설리 기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이륙한 공항으로도 충분히 회항할수 있었는데, 왜 무모하게 허드슨강물 위에 비상착수 했죠?’ 라고 묻는다.
‘사고직후 208초동안 나는 단 한번도 나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승객들을 잘 보살피고 전원 무사하게 구조할수 있을 것인가 만 생각했다.’라고 진술한다.
수차례에 걸친 시뮬레이션 결과 설리의 판단이 옳다고 결론이 난다. 설리는 일상생활이 자신도 모르게 기장으로, 위기관리 전문가로 다져졌다고 본다.

“911 테러”
21세기 들어서면서 발생된 최악의 재난이다.
WTC(세계무역센터)가 2001년 9월 11일 항공기로 테러를 당한다. 모건스텐리사는 WTC건물 60여개 층을 임차한 투자회사다. 모건스텐리에는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급박한 상황임에도 평정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다 산화한 ‘릭 레스콜라’라는 재난안전책임자가 있었다. ‘모두들 자리에 남아 있으라’라는 안내방송을 무시하고 자체 메뉴얼에 따라 모든 임직원들의 대피를 유도하여 3,000여명이 안전하게 밖으로 나온다. 릭은 인원을 확인한 후 미처 나오지 못한 12명의 직원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다시 찾으러 들어간다.
그 와중에 건물이 붕괴되면서 잔해속에 묻혀 유해조차 찾지 못한다. 릭은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다. 1985년부터 모건스텐리의 재난안전요원으로 근무한다. 1988년 영국에서 발생한 팬암 항공기 테러를 보고 WTC도 테러공격에 취약하니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비용문제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그로부터 5년후인 1993년에 WTC 지하층에서 실제 테러가 발생한다. 모건스텐리 CEO는 어려움을 겪고나서 안전사고와 재난에 대비해야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릭은 힘을 받아 잠재적인 위험을 분석하고 다각적인 기업재난대비플랜을 마련하고 임직원들의 안전 교육,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모건스텐리를 찾아오는 방문객도 예외는 없다. 테러 다음날 모건스탠리는 테러의 한복판에 있었으면서도 24시간 이내에 영업을 재개한다. 모건스텐리의 일련의 시나리오는 평소 재난관리시스템을 철저히 갖추고 정기적으로 대피훈련을 하는 등 기업재난경감활동을 꾸준히 펼친 결과라고 본다. 모건스탠리가 기적을 창출해 낸 비결이 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경영연속성관리)이다.

우리들 주변은 늘 재난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재난안전은 국가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재난대비와 예방은 당사자인 우리들의 몫으로 바라 봐야한다. 재난영화에서 보듯 큰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마운 사람들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를 보는 순간에도 재난 발생부터 마무리까지 시선을 놓지지 말아야 한다. 재난영화와 실제 사례들을 들여다 보고 미래 재난유형을 떠올려야 한다. 영화속에서 재난안전 감각을 익히자. 우리가 구축해 놓은 안전관리시스템과 영화감독의 상상력을 접목시키는 집중력을 발휘해 보자.

고마워! 사랑해! 는 짧은순간 생사 갈림길에 서 있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메시지다. 우리는 이를 가슴깊이 새기며 다시는 이러한 재난이 발생되지 않도록 우리들 모두 책무를 다하여야 한다.
무술년 2018년에도 재난영화를 안전문화 학습 관점에서 들여야 보는 흥미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