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보건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병행돼야

우리나라에서 산업보건의 중요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에 비해 사회적인 관심과 산업안전보건정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특히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에 비해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보건에 대한 시스템 뿐만 아니라 관심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산업안전보건정책 관련 연구와 산재보험 의료분야 연구활동, 그리고 다양한 학회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원종욱 교수를 만나 산업보건의 중요성과 안전보건 대책을 들어봤다.

- 교수님 근황이 궁금합니다. 다양한 연구활동과 학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로 어떠한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저는 94년부터 인천에 있는 산업보건센터에서 산업보건 일을 시작해 근로자 건강진단부터 보건관리대행 업무를 계속했습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하바드 보건관리대학원에서 2년간 연수를 했고, 그 이후로 산업보건정책에 관련된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세브란스병원 산업보건센터 소장으로서 특수건강진단 및 작업환경 측정, 보건관리대행 등 산업보건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정책 관련 연구를 계속하면서 최근에는 산재보험 의료분야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근로자 최대 80%가 근골격계질환 호소
- 근골격계질환은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실태와 치료 및 예방책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법에 따라 3년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작업환경 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증상을 조사해 고용노동부에 보고합니다. 그런데 이 조사와 관련된 자료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된 객관적인 전국 자료가 없습니다.
연구보고에 따르면  업종이나 직종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40%에서 최대 80%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에서 직업병으로 보상 받은 근로자가 1년에 약 7천명에서 8천명 정도 되는데 이중 근골격계 질환으로 보상 받은 근로자가 5천명내지 6천명 정도 됩니다. 약 65% 정도 되지요. 그러나 외국은 이에 비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한 10배는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병이라는 생각을 잘 못합니다. ‘일하면 이정도는 누구나 아픈거지’라고 생각하면서 당연시합니다. 그래서 근골격계질환이 직업병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예방과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근골격계 질환은 무엇보다도 예방과 조기 치료가 필요합니다.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근무시간이나 조건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근로자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산재근로자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최선책
-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산업현장으로 안정적이고 빠르게 복귀하기 위해서는 주치의와 사업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교수님께서는 주치의와 사업주가 산재 근로자에게 어떠한 치료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우선 우리나라에서 산재환자의 치료기간이 일반 환자에 비해 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병이 악화된 상태에서 치료를 하니까 치료기간이 많이 걸리는 겁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치료가 끝나면 직장에 돌아가 일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요양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직장에 복귀하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에 산재 치료를 받고, 빨리 직장에 복귀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근로자들이 너무 늦게, 심하게 악화된 상태에서 산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산재 환자에게 있어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다시 직장에 복귀해서 적응하는 부분에도 세심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에 있을 때부터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여기서도 주치의의 관심과 적극적인 요양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산재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 중에서 이런 산재 환자의 특성과 산재보험 제도를 잘 모르는 분이 많이 있습니다.
사업주 또한 근로자가 복귀하기 전에 회사 차원에서 산재근로자가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지, 언제 복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최대한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하며, 근로자가 산업현장으로 안정적이고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산업재해 근로자들이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와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 근로자의 안전보건관리를 위해 산업현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소규모 사업장이 문제입니다.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대기업에 비해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사업주들이 안전보건관리 개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고 그 이후에 규모에 맞는 안전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합니다.
또 소규모 사업장이 제대로된 안전보건 시스템을 갖추기에는 경제적인 부분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소규모 사업장이 대기업의 도급 사업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도급 계약시 안전보건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규모 사업장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대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체계적인 산재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
- 산재보험중 산재요양 및 재활체계 개선과 관련해 많은 연구와 발제 등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산재보험 개선을 위한 요양 및 재활체계 개선방안에 대해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요양기관의 경우 숫자는 많으나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어떤 병원은 제대로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요양 기간만 연장시키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산재환자가 치료는 둘째고 요양기간이 길어지면 휴업급여를 받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시스템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자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몸만 축나게 되고 산재보험 재정만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근본적으로 산재 의료전달체계를 체계적으로 마련해 원활하게 소통이 될 수 있는 방안마련이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재 의료전달체계는 산재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환자가 필요로 할 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에는 산재병원과 산재의료의 질, 환자 관리 등이 적절히 조화돼야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산재 의료의 질도 높아지고 산재 환자의 건강 또한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직업병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현 시대의 직업병 유형과 원인, 예방대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에서 1년에 산재가 9만건이 발생하는데 직업병은 전체 산재의 10%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보통 근로자들은 ‘산업재해’는 자기가 조심하면 자기에게는 생기지 않을 일로 생각하고, ‘직업병’은 불가피하게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실제로도 직업병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직업병 중에 70% 이상이 근골격계질환이지만 지금 산재로 인정되는 근골격계 질환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외국의 예를 볼 때 근골격계질환은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직업병이라기 보다는 산업환경이 변화하면서 근로자와 관련된 여러 가지 새로운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업무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안정적인 근무조건, 효율적인 근무 시간 등 근무환경 개선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앞으로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령 근로자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고령 근로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근무조건이나 근무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암환자가 많아지고 있고, 더불어 암의 완치율도 높아지고 있어, 암 치료 이후 일할 수 있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지만 암 생존자들에 대한 산업보건학적 배려는 없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 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번 기회에 산업보건의 중요성에 대한 교수님의 신념이나 소신을 듣고 싶습니다.
“처음에 산업보건 분야에 발을 디뎠을 때, 사업주보다는 근로자들이 약자였습니다. 직업환경의학 윤리규정에는 ‘의료진은 사업주와 근로자의 중간 입장에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근로자들이 아직까지는 좀 더 약자 입장에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입장에서 좀 더 바라보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처음에 시작한 마음 그대로, 초심을 잃지 않고 약자를 보호하며 좀 더 발전하는 산업보건을 만드는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 앞으로 어떤 연구와 대외활동을 계획 중이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산업보건에 대한 당부나 제언도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의 차기 당연직 회장인 부회장으로 선출이 돼서 2년간의 부회장 임기가 끝나면 이 학회의 회장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우선 그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입니다. 또 지금과 마찬가지로 산재보험 의료관리에 관한 연구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아직은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산업보건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입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내에서도 산업보건 분야는 매우 작은 분야에 속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이 근로자이기 때문에 산업보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정부나 국민들 모두 지금보다 산업보건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 좀 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대담= 김병용 편집국장>
<정리= 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