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과 협력업체의 안전에 대하여...

1990년 안전보건계를 뜨겁게 달구던 프로그램이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모기업과 하청기업을 상호 연결한 모기업-협력업체 안전보건협약 및 캠페인이 그것이다.
양대 분야라 할 수 있는 제조업과 건설업 분야를 중심으로, 대기업이 수백개에 달하는 자사의 하청 협력업체를 참여시킨 가운데 협약식을 갖고 상호 협력하여 산재를 추방하겠다는 결의를 맺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산업안전 보건의 도입기라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이 운동은 생산성에만 급급했던 대기업과 안전사각지대에서 오로지 ‘노동’에만 매달렸던 하청업체가 드디어 ‘안전’에 조금은 관심을 갖게 된 하나의 계기였다. 물론 그 중심에는 한국산업안전공단(당시 명칭)이 있었으며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모 언론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기억된다.
효율성 측면에서 다소간 의문에도 불구하고 안전 불모지와 같았던 우리의 산업현장에 안전보건 인식을 전파하고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흐른 2012년 현재, 분명 다르지만 비슷한 사업이 안전보건공단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안전보건공단의 설명을 빌리면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은 ‘대기업 주도로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안전보건을 시행하여 협력업체에 대한 위험성 평가와 기술지원 활동 등을 통해 사업장 안전보건을 개선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사업’이다.
사업 대상은 500대 대기업 및 협력업체이며 업종은 자동차 철강 화학 기계기구 전자제품제조업 대형유통업 등이다. 주요 업종중 조선업과 건설업은 별도의 프로그램에 의해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는 빠져 있다.
이들 사업분야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동시에 시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안전보건 리더그룹 회의’다. 정부(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와 민간사이에 구축된 안전보건협의체 정도로 정의될 수 있다. 리더그룹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마련되면, 모기업이 주도하여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안전보건방안을 공동으로 수립, 시행하는 시스템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안전보건공단이 역점 추진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단연 대기업의 의지에 달려있다. 부디 사업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고, 동시에 90년대 중반 열풍처럼 번졌던 모기업-협력업체 안전관리의 재림을 통해 국내 안전보건사업이 한 단계 성숙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