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교식 숭실대 교수

항공권 구입시 고려한 사항은 항공권과 자동차 렌탈 비용이었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 중앙에 위치하고 3번, 5번 아우토반이 교차하는 프랑크푸르트는 최적이었다. 또한 목적지인 로맨틱 가도와 알프스에의 접근성도 좋았다. 프랑크푸르트는 프랑크인들이 사는 도시라는 뜻으로 게르만 일족인 프랑크족의 세운 프랑크 왕국의 주요 도시였고 지금은 독일 금융의 중심지이다. 후에 프랑크왕국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로 각각 분리된다. 고교 동기 2명과 친구 부인 포함 4명이 공항서 내려 출구에서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렌트카 업체로 향했다.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으며 우리의 경우 4명이 모두 짐이 있어서 트렁크가 큰 차종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예약 비용 지불하고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차에 이상이 없을 때 추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10여 년 만에 유럽에서 차를 운전하는 것이고 차의 내부 패널도 낯설다 보니 운전의 시작은 모든 게 조심스러워 내비게이션 보며 천천히 운전해 갔다. 마인강 근처 호텔을 잡았는데 지도로 20여분 걸리는 거리를 1시간 반이나 지난 후에나 겨우 체크인했다. 굳이 변명하자면, 유로컵 축구경기가 독일에서 열리고 있었고 당일 경기를 호텔 근처 강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하는 바람에 도로 곳곳을 막거나 일방통행으로 해 놔서 고생한 것이었다. 저녁 7시경 호텔을 나서서 마인강변을 거닐며 축구경기도 보고, 걸어서 괴테의 생가도 구경하였으며 뢰머광장까지 내친김에 걸어갔다. 핸드폰으로 구글지도를 활용하면 내비게이션은 물론 관광 목적지도 한글로 찾을 수 있으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뢰머광장에서는 당일 축구를 이긴 팀들을 응원하는 젊은이들이 떼를 지어 노래와 춤을 추며 승리의 기쁨을 즐겼다. 차를 타고 국기를 흔들며 경적을 울리는 극성파도 상당히 많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 근처 케밥집에서 맥주와 케밥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어쩌다가 다음날 출발을 좀 늦게 했다. 3번 아우토반을 따라 시원하게 달리면서 유럽의 아니 독일의 풍광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럽을 자동차로 여행하면 시원하게 펼쳐진 평원과 얼마간 운전하면 나라가 바뀌는 재미가 있어서 좋다. 1시간 반정도 달려서 로맨틱가도의 시작 도시인 뷔르츠부르크에 도착했다. 독일 관광청에도 홍보할 만큼 독일이 나름 공들여 알리고자 한 로맨틱가도는 뷔르츠부르크에서 다음날 둘러볼 휘센까지를 보통 이르는 길이며, 원래 로마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었으나 옛 중소도시의 풍광이 이어져서 낭만적인 길로도 손색이 없었다. 비가 간간히 내리다 말다 하는 중에 뷔르츠부르크 레지던츠(왕자-주교의 궁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천천히 걸어서 뷔르츠부르크 대성당으로 갔다. 아일랜드 출신의 선교사 성 킬리안이 기독교를 전파한 것을 기리고자 이 성당에는 길리안이 봉헌되어 있었다. 성당에서 나오자 트램이 다니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으나 비가 심하게 내려서 피도 피할 겸 근처 식당에서 생선요리와 감자로 간단하게 식사를 마쳤다. 이 지역 특산품인 프랑켄 와인을 못 마신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인파를 따라서 걷자니 알테마인교가 보였다. 체코의 프라하에 동상들로 장식된 카를교가 있는데 이 알테마인교는 작은 카를교라 불리며 다리 양쪽에 동상들로 장식되어 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뷔르츠부르크 궁전을 돌아봤는데 성직제후가 통치를 위하여 머무르던 곳 답게 좌우대칭으로 그 규모가 매우 웅장하였다. 5개의 홀과 300여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촬영을 금지한다고 되어있으나 경비원이 슬쩍 눈감아 주는 듯하여서 우리는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특히 세계 최대의 프레스코화가 있는 방에서는 바닥에 카메라를 놓고서 천정을 보고 찍었다. 부속 정원도 규모나 아름다움이 기대 이상이어서 둘러보며 보낸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뷔르츠부르크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로텐부르크로 차를 몰았다.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였으나 비 갠 뒤 풍광이 너무 아름다웠고 특히 끝없이 펼쳐진 밀밭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 글레디에이터 마지막에 나오는 밀밭 회상장면이 떠오르는 풍광이었다. 중간에 차를 잠깐 세우고 쉬면서 독일의 공기를 양껏 들이키고 바람막이 텐트 친 후 가져간 햇반을 먹기 좋게 데웠다. 로텐부르크시에서 성 내부로 들어가는 길은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성문을 통과하는 특이한 경험도 했다. 주차 후 아기자기한 중세풍 골목길을 걷다 보면 작은 광장이란 뜻의 플뢴라인을 지나게 된다. 
근처 가게를 기웃거리며 더 걷노라면 마르크트 광장에 이르게 되며 이 도시의 역사를 상징하는 ‘포도주 마시는 인형’ 시계탑을 만나게 된다. 17세기 30년간 지속된 전쟁에서 구교가 승리하고 신교를 처단할 것을 승자인 틸리장군이 명령하는데 느슈시장이 자비를 청했다. 틸리가 포도주 한 통(잔이 아님, 약 3.75리터)를 원샷하면 그리하겠노라고 하자 고령의 시장은 단숨에 마시고 3일 동안 인사불성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마이스터 드룽크(위대한 들이킴)이라 하며 이를 기리기 위하여 매년 축제도 열리고 매시각 정시에 인형들이 이 장면을 재현한다. 늦은 출발로 시간이 촉박하여 성벽 걷기, 부르크정원 관람, 크리스마스 박물관 등을 못 돌아본 것과 이 지역 특산물인 슈니발렌을 못 먹어본 것이 아쉬웠으나 차에 올랐다.
2번의 전쟁을 거쳐도 파괴되지 않아서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딩켈스뷜에 이르렀을 때에는 9시가 넘어서 지는 해가 거의 뉘엿해졌을 때여서 자세히 돌아보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시 외곽의 농가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마련한 터여서 도착 후 낮에 익혔던 햇반과 컵라면으로 럭셔리(?) 라면백반을 먹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