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영 (사)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필자는 틈만 나면 산야를 돌아다닌다. 물론 바닷가도 거닌다. 종신 친구인 아내가 항상 동행한다. 일명 단두리산악회, 회원이 둘이다. 필자는 재난안전분야에 몸을 던진 지가 45년째다. 평생을 방재맨으로 살고 있다. 아내도 재난안전 전문가와 더불어 생활하다 보니 재난안전 전문가가 된 지가 오래다. 이제부터는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하기로 작정했다. 주변 지인들부터 환경운동에 동참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국민이 환경운동가가 될 때까지, 지구에 쓰레기가 사라질 때까지 하려고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철 피서를 다녀왔다. 귀가할 땐 괜스레 기분이 썩 내키지 않았다. 하루에 5킬로 이상 걸었다. 가는데 마다 널려있는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다. 산야 쓰레기는 페트병과 테이크아웃으로 가져온 플라스틱 잔들이 대부분이다. 페트병은 발로 밟아 쭈그려 트려 배낭에 넣고, 커피잔은 겹겹이 넣어서 핸드케리로 재활용 쓰레기통이 있으면 버리곤 한다. 잔여물이 썩어 냄새가 진동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세상이 나쁜 사람보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 많아 그런대로 굴러간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우리 부부는 이해를 못 한다. 버리는 곳도 눈에 잘 띄지 않는 풀 속이나 구석진 곳을 찾아서 버리기 때문에 무심코 버리는 것도 아니다. 나쁜 짓을 하는 걸 알면서도 버린다고 본다. 

최근 충청지역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대청호 상류 일대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7~8월 집중호우로 대청호에 유입된 쓰레기가 1만8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23년 1만7천㎥보다 더 많다. 과거에는 대부분 나무와 풀이었지만, 최근 들어서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커피잔, 폐가전제품, 가구 등 생활 쓰레기가 대부분이다. 행락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다. 

해양쓰레기도 마구 버려지고 있다. 해안가는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와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로 더욱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많이 쌓여 있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골칫거리다. 플라스틱과 폐어구가 바다 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히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은 줄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30년 동안 플라스틱 소비는 4배 이상 증가했고, 매년 약 1,2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그물, 낚싯줄 등도 해양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64만 톤 이상의 폐어구가 바다에 버려졌는데, 이것이 해양오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해양쓰레기는 육지에서 발생한 쓰레기와 달리 수거 후에도 바닷물 염분과 각종 해초 등이 붙어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 또 생태계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선박 안전사고의 원인이 돼 인명과 재산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매년 쓰레기를 수거해도 바닷속 쓰레기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한국 바다에 해양폐기물 14만 5천 톤이 새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되나 수거량은 이에 못 미친다고 한다.

환경운동가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스웨덴 출신의 21세 그레타 툰베리다. 2019년 16세 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다. 타임은 매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 또는 단체를 뽑아 발표한다. 타임은 “수십 년간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이 정치인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알렸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이 10대 소녀는 전 세계의 관심을 끌어냈다”라고 밝혔다. 타임이 1927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온 이래 툰베리는 가장 나이가 어린 수상자다. 아스퍼거증후군(자폐증과 비슷한 발달장애)을 가진 툰베리다.
2011년 기후변화 문제를 처음 접하고 한동안 무기력에 빠졌다. 이후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발생시키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집에서 채소를 길렀다. 친환경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부모님이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설득하는 등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남다른 노력을 펼쳤다. 툰베리는 2018년 8월 ‘1인 등교 거부 시위’에 나서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고, 이에 공감한 전 세계 도시 청소년들이 시위에 동참하는 결과를 낳았다. 2019년 8월에는 비행기 대신 친환경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갔다. 한 달 뒤 미국 뉴욕 유엔(UN·국제연합)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툰베리는 세계 정상들을 향해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다. 실망하게 한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의사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쏘아보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상이 아닌 비정상 신체임에도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툰베리에게 찬사를 보낸다. 필자도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계도는 물론 산야, 해안 쓰레기는 눈에 띄는 대로 주워 분리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다. 국민이 모두 환경운동가가 될 때까지. 쓰레기가 없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