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사회(회장 주승호)는 지난달 1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모든 산업과 공공분야의 안전예방에 무엇이 실효적인가’를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5월 중대재해처벌법 토론회를 한차례 개최했던 한국기술사회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제도 등을 살펴보고 향후 발생 할 수 있는 위험을 제어,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함을 토론회 개최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미국 산업 인프라 재해예방과 복원력 관련 제도와 사례(데이비드 김 캐드머스코리아 대표/ 앤드류 강 캐드머스코리아 예방·복원 부문 본부장) ▲중대재해처벌법과 건설안전(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건축물 안전예방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정광량 한국기술사회 부회장, ㈜CNP동양 대표이사) 순서로 발제를 했으며, 이후 최동호 한국강구조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종합토론 패널로는 한상준(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 부장), 김정곤(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분과장), 정민(한미글로벌 상무), 어영강(법무법인 화우 중대재해 CPR센터장)이 참석을 했다.

첫 번째 발표에서 앤드류 강 캐드머스코리아 본부장은 미국 주요 중대재해예방과 안전관리분야 시스템과 관련해 몇가지 사시하는 바가 있다고 밝혔다. 먼저 앤드류 강 본부장은 “미국의 인프라는 85% 이상이 민간 소유인 관계로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예방에 전문성이 있다”면서 “한국의 공공부문 인프라에 대한 중대재해예방 모델로의 이익이 높다”고 말했다. 
앤드류 강 본부장은 또 “정부 민간의 기술적 협업을 위한 모델이 18개 산업분야별로 특화돼 있어, 기술적 접근에 대한 활용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NIPP(국가인프라 재난재해 보호계획) 아래 18개 부문의 별도 재난재해 처리절차가 규정돼 있어,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며 처벌보다는 대응과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처벌과 규제에 따른 전시적 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예방 활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우 교수는 “사고발생 원인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작업’ 위험을 관리하는 자는 의무주체에서 제외돼 있다”며 “안전 원리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엉성한 부분”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명확성의 원칙 위반, 죄형균형의 원칙, 책임원칙 위반,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위반 등 법과 법해석에 있어 전체적으로 위헌 소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정진우 교수는 “법 제정절차의 정당성과 내용의 합리성을 고려할 때, 21세기 법치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법이 탄생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우리사회의 안전수준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진우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폐지하고 기존의 다른 안전보건관계법을 보완 개선하는 것이 현재의 난맥상을 해소하고 법의 규범력을 높이는 올바른 방향”이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한국기술사회 정광량 부회장은 건설업 중대재해 예방 방안으로 기술중심의 법, 사전 예방 중심의 법, 사고책임 보험제도 도입을 위한 법을 제시했다. 정광량 부회장은 “건축안전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전문분야 기술사에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승호 회장은 토론회 시작에 앞서 개회사를 통해 “좋은 의도로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노동계 그리고 산업계 어느 쪽도 유의미한 효용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면서 “한국기술사회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장의 최고 전문가와 현실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지난 5월 토론회 개최에 이어 이번에 다시한번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주승호 회장은 이어 “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고, 법안의 모호성으로 인해 실효성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현장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석준 의원은 축사에서 “해당 법률은 모호한 내용과 과도한 처벌 등 문제점이 여전하다. 모든 시민과 종사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자는데 이견이 없으나, 재해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법안의 본질인 ‘안전보장’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송석준 의원은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경청해 위험에 노출된 기업종사자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위기 상황에도 고용 터전을 책임지는 기업들도 지켜내는 합리적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입법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영구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안전한 건설문화 정착은 어느 일방의 노력과 책임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면서 “발주자를 포함한 건설공사 참여자와 건설사업자 뿐만아니라 건설기술인과 건설종사자도 한 주체임을 인식해야 하며 관련 단체와 언론계 등 각계 각층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취재는 국내 콘텐츠 발전을 위하여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