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의무주체는 정부, 지자체, 발주자, 사업주, 근로자 등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의무주체는 경영책임자이며, 이들은 안전관리책임자 및 관리감독자를 통해 안전관리 업무를 이행토록 한다.
중대재해법은 이미 시행됐고, 이제는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주체 변경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한 때가 됐다. 기존 안전 업무는 사업주 및 안전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가 이행하게 두고, 발주자를 통해 사업주 관계자들이 이를 잘 이행하는지를 감독하면서 사업주에게 안전에 대해 보좌, 지도, 조언하는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의 안전 관련 법안들이 건설 과정의 모든 주체에게 안전 관련 의무를 부여한 만큼 ‘안전관리자의 선임을 누가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며, 이를 법으로 확실히 정할 시점이 됐다.
발주자가 모든 공사관계자(설계·감리·시공사)와 연계되는 만큼 관계자들의 안전관리에 관한 발주·설계·시공단계별 이행에 관한 보좌·지도·조언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주체를 사업주에서 발주자로 변경해야 앞으로 발생할 많은 사고를 줄일 수가 있다.안전관리자 선임 의무주체를 ‘왜 변경해야 하는지’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증명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시공사의 책임도 있지만 ‘발주자의 감독 의무’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발주자의 의무 중 공법변경 및 공기 단축 등에 관한 사항들이 잘 지켜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이기 때문이다. 또 발주단계부터 기본·설계·공사 안전보건대장 의무이행을 잘 준수하도록 감독과 안전 및 보건에 관한 보좌·지도·조언을 철저히 이행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안전관리자 선임의무 주체를 발주자로 변경해 안전관리자가 공사 중지 명령권 사용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개선하고 공사 중지 명령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또 공사 중지 명령에 대한 손해 역시 면책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발주청은 건설사업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게 해야 한다. 지금 시점은 발주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현장 안전관리에 개입하고 발주자의 안전의무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지 분위기를 전환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때다.
만약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주체를 발주처가 아닌 사업주에게 계속해서 부여한다면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는 줄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