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선진국들의 탄소중립 선언을 비웃듯 2021년 지구촌 곳곳에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극단적인 자연재해가 잇따랐다. 초강력 토네이도, 폭우, 태풍, 폭염, 가뭄, 산불 등이 지구를 위협했다. 문제는 이런 자연재난들이 더 자주 그리고 더 큰 규모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2021년 최악의 기후재난으로는 8월에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를 꼽는다. 미 루이지애나 등에 집중호우와 강풍을 뿌린 아이다는 95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650억 달러(약 77조원) 피해액을 남겼다. 당시 최대 풍속은 시속 240㎞에 달했다. 12월에는 미국 중부를 쑥대밭으로 만든 토네이도다. 210명의 목숨을 앗아간지 일주일 뒤 폭설에 모래폭풍까지 동반한 시속 120km급 허리케인 돌풍이 덮쳤다. 한겨울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 가까이 오르며 벌어진 이상현상이다. 미국의 기상학자는 12월에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나냐? 그동안 이런 현상은 3, 4, 5월에나 발생한다고 했다. 7월에는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강력했던 산불이 발생했다. 아무리 물을 쏟아부어도 폭염 탓에 꺼지질 않아 한겨울에 와서야 완전히 진압되었다. 

2월에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산맥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댐을 강타해 마을을 덮쳐 150여명이 실종됐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은 6월 29일(현지시간) 기온이 49.5도까지 치솟아 캐나다 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폭염으로 캐나다 서부에서만 최소 6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7월 12일~18일 기간 중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을 휩쓴 유럽 홍수 사태는 피해액이 430억 달러(약 51조원)에 달한다. 당시 사망자만 240명에 이르렀으며 정확한 이재민 수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정도였다. “1천년만의 대홍수”를 불러온 서유럽 폭우는 전후 서구 선진국을 떠받쳐온 견고한 시스템을 거대한 흙탕물과 함께 일거에 쓸어갔다. 최악을 가정해 만든 각종 재난·재해 안전기준, 이를 바탕으로 설계된 대응 체계와 시설은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 앞에 ‘20세기 낡은 시스템’으로 전락했다.

그밖에 중국 허난성에서 7월 17일~31일 기간에 발생한 홍수로 302명이 사망하고 피해액이 176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했다. 11월 중순에는 캐나다 홍수(추산 피해액 75억 달러·9조 원), 4월에 불어닥친 프랑스 한파(56억 달러·6조6,000억 원), 3월에 호주 폭우(21억 달러·2조5,000억 원) 등 전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났다.
자연재해는 약소국에도 집중되고 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에서는 수면이 높아져 허벅지까지 차오른 바닷물 속에서 외교장관이 말뿐인 약속을 기다릴 수 없다고 하면서 “해수면 상승으로 투발루는 가라앉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머잖아 전 세계가 위기에 놓일것입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참고로 전 세계 해수면은 1993년부터 2002년까지는 연평균 0.1cm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매년 0.44cm씩 높아지고 있다. 해수면 상승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지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12월에 발생한 태풍 라이가 남부와 중부를 강타하여 450여명이 사망·실종됐다. 미국 태풍경보센타에 따르면 시속 259km(초속 72m)로 슈퍼태풍이라고 했다. 필리핀 적십자사 회장은 “완전한 대학살”로 표현하면서 지구 가열화(온난화)로 태풍과 악천후가 잦아지면서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필리핀이 꼽힌다고 했다.

한 기후변화 연구소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인구의 85%는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로 자연재해는 더욱 강렬해지고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 곳곳에서 점점 강도를 더 해가는 극한 기상현상을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도 온실가스로 촉발된 기후변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탄소중립은 2021년 지구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에 하나다. 이미 70여개 국가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대한민국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채택했다. 각국 정부 및 민간부문 참여자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탈탄소 투자에 대한 선언을 발표하며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강조했다. 이에따라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며 탄소 제로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코앞까지 다가온 기후 재앙, 지구 온도가 1.5도 높아지기 전에 손을 쓸 수 있는 시간이 6년밖에 안남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자연재해가 일상화되고 있다. 기후변화 영향은 우리 세대의 위기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기술로 AI를 꼽고 있다. 특히 머신러닝과 딥러닝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고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강력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