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자발행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1호기 전력공급 중단사건에 대한 조사결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조사결과 사고는 발전기 보호장치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감독자의 지시와 절차서에 따르지 않고 업무를 수행, 인적오류로 외부전원이 차단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자동적으로 작동하여 원자로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치되어 있는 비상디젤발전기도 공기공급밸브의 결함으로 기동에 실패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정전 12분간의 발전소 안전성을 확인한 결과,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는 36.9℃에서 58.3℃로,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의 온도는 21℃에서 21.5℃로 상승했으나 핵연료의 건전성과 안전성에 영향이 없었고 방사능 누출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밝혔다.
문제가 됐던 보고지연과 관련해서는 고리원전본부 당시 제1발전소장이 주도하여 사건을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소장은 사건 당일 저녁식사 후 전력공급이 중단된 동안에 주제어실에 들어왔고, 전원이 복구되어 조명이 밝혀진 이후 사건현장에 있던 주요 간부들과 논의하여 한수원 상부 및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사건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했다. 우선 원자력 안전과 직결되는 발전소 현장에서의 정보와 보고사항은 안전규제 기관이 24시간 감시하고 자동으로 즉시 통보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고리 1호기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결함이 확인된 비상디젤발전기의 공기공급 밸브를 복수화하여 신품으로 교체하는 한편 이동용 디젤발전기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정부가 내놓은 재발방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아직도 미심쩍다는 반응이다. 조직 및 인력관리 부분, 즉 경직되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관계당국은 현 상황을 원자력 안전의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고, 국내 모든 원전에 대한 정밀하고도 체계적인 점검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원자력 안전을 근원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원자력 안전,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