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수원장

보건복지부는 ‘2011년 정신질환 실태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과 정신질환 여부를 검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자살의 문제는 개인의 부주의나 책임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우울증 정신질환 등으로 판정 받는 경우 사보험 가입이 거절당하는 등 차별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또한 정신질환 등과 관련된 정보의 비빌 보장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는바 이 또한 옳은 지적이라고 본다.
자살은 사회적 건강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다.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자살은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해서 고의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끊는 일체의 행위를 가리킨다. 1968년 세계보건기구는 자살이라는 것은 죽음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생명을 해쳐서 죽음이라는 결과에 이르는 자멸행위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자살미수에 대해서는 위장자살, 실험자살, 자살실패 등 3가지로 분류하였다.
자살은 비정상적인 죽음으로 형법상 범죄가 될 수 없고 처벌되지 않지만 때로는 보험금 자살이나 위장자살과 같은 다른 범죄와의 연계를 통해 또 다른 사회적 범죄를 야기 할 수 있다. 또한 자살을 한 본인에게도 자살이 정말 유익하고 유일한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자살자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많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자살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은 산업재해나 교통재해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엄청나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실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이제 국가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30분에 1명씩 하루에 4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다.
국민 10만명당 31명으로 OECD국가중 자살률 1위(전 세계적으로는 2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평균 (11명)보다 2.8배 높고 가까운 일본(24명)보다도 훨씬 높다. 의학의 발전으로 전체적인 사망자는 줄어들었지만 10년 전에 비해 자살자는 두 배 이상 급등하였고 2010년의 경우에는 1만5천500여 명이 자살하였다.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나타났고 40대, 50대에서는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층의 자살도 심각하지만 한창 일을 해야 하는 청장년층의 자살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며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사회적 과제이다.
특히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급증하여 1999년과 2009년을 비교해보면 남성자살자는 10만명당 17명에서 25명으로 1.4배 증가했지만 여성은 10명에서 25명으로 2.5배 증가하였다. 이러한 증가 원인이 여성들의 사회활동 증가에 따른 스트레스의 부담에서 찾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은 남성보다 좌절이나 실패를 극복하는 힘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남성의 자살이 여성보다 훨씬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높은 것은 자살수단이 여성은 주로 약물복용에 의존하는데 비하여 남성은 투신 등 자살확률이 높은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자살자의 직업별로 보면 사무직 종사자가 높다는 것이다. 농업 등 종사자는 10명중 1명미만인데 비하여 사무직 종사자는 10명중 2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명중 2명은 1년중 5, 6월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자살시기의 문제는 한국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시기여서 자살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장 위험한 자살위험군은 노인과 자살자 유가족이라 한다. 젊은층의 사망원인은 대부분 교통사고나 자살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청소년의 자살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자살위험이 높은 위험군은 노인이라고 한다. 노인 중에서도 65세 이상의 남성의 자살률은 우리나라 평균 자살률의 6배가 높다고 한다. 노인 자살자들은 자신이 우울하다거나 죽음에 대해 주치의 등에게 말을 하지 않기에 자살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정신병원이 아닌  노인들이 찾는 일반병원에서도 자살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또한 자살의 고위험군으로 자살자 유가족이 있는데 이들은 일반가족 보다 자살위험이 4∼10배가 높다는 것이다. 최근에 연예인 고 최진실, 최진영 씨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살자의 상당수는 우울증, 조울증, 기분부전장애 등 기분장애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우울증을 않고 있는 사람들이 자살을 해서 죽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울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자살위험성이 높다는 것뿐이다. 자살의 요인은 부분적으로 우울증의 심각성과 관련되어 있다. 우울증에 대한 최근 자료를 보면 외래진료를 통해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우울증환자들 중에서 2%만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결과가 있었고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대상자들의 경우에는 4%정도가 자살을 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은 우울증을 않고 있고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은 자해와 같은 아주 위험한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자살의 문제를 개인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자살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적정한 음주, 스트레스 해소 노력, 건전한 사회생활, 따뜻한 가정 등 개인차원의 정신건강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재의 자살상황을 제어하는데 한계가 있다. 생명의 전화 등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정신보건센터가 전국에 164개가 있지만 상담수준의 수동적 자살예방정책이 아니라 자살 위험군을 찾아가는 공격적이며 적극적인 예방정책이 필요하다. 자살의 원인과 구체적 실태 분석, 자살예방전문가 육성과 지원, 국민정신건강대책 자살예방 교육 확대, 자살사망자 심리부검제도 도입 등 자살예방을 위한 국가차원의 종합예방정책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원에서 자살예방을 위한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Gate Keeper) 양성과정을 실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사업장 보건관리도 자살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여 사업장내 자살예방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자살은 진정한 선진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