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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칼럼] Dark Tourism, Ground Zero를 가다아무리 날이 지나도 시간의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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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7  12: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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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2019년 하반기 방재연수(11. 6~11. 15 기간 중)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 일환으로 21세기 최악의 재난으로 꼽히는 미국대폭발테러사건(911테러)이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인 ‘그라운드 제로(Ground?Zero)’를 갔다. 그라운드제로는 본래?핵무기가 폭발한 지점 또는 피폭 중심지를 뜻하는 군사 용어이나, 2001년 911테러 발생 이후?세계무역센터(WTC) 붕괴지점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다.
이번 연수단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안전부 방재 및 재난안전 담당공무원과 공사ㆍ공단 임직원등 40명으로 구성되었다. 2001년 9월 11일 테러가 발생된 지 18년이 지난 작금에 현장을 어떻게 복구하고, 관리되고 있는지를 직접 체험하는 학습이다.
최근에는 다크투어리즘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쟁, 학살 등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엄청난 재난, 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뜻에서 ‘역사 교훈 여행'이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는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했던 ‘아우슈비츠수용소’와 이번에 간 ‘그라운드 제로’다.
본인은 911테러가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10월에 테러현장을 직접 찾아 본적이 있다. 그때 까지도 피어오르는 연기가 멀리서도 보였다. 폴리스라인을 둘러놓은 곳까지 가서 본 주저앉은 건물 잔해들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하나의 장면이었다. 철 골조는 녹은 채 쳐박혀 있었고, 콘크리트는 널부러져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있었다고는 믿기지가 않았다. 글자 그대로 폐허다. 현장을 중심으로 2km정도 진입 했을 때부터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여 코를 막을 정도였다. FEMA(미연방재난관리청)주관 하에 주정부와 복구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대한민국도 테러에 대비해야 될 때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장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투어 버스가 GROUND ZERO에 도착했다. 마음부터 숙연해 진다. 911테러 당시 WTC 빌딩 불속에서 뛰어 내리는 사람들, 빌딩이 주저앉는 모습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직도 18년 전 뉴스에서 나왔던 9.11테러 장면이 생생하게, 정말 너무 충격적이어서 할 말을 잃는다.
먼저 911메모리얼 파크로 들어섰다.
2011년 9월 11일에 개장했다고 한다.
SOUTH POOL, NORTH POOL이 쌍둥이 빌딩이 들어섰던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다. 사방이 60m 정도 되는 두개의 정사각형 부지를 파서 인공 폭포 추모공간을 만든 것이다. 풀(Pool) 둘레엔 청동 난간을 세워 희생자의 이름을 모두 새겨 넣었다. 이름을 쓰다듬기도 하고 읽기도 하고, 또 작은 꽃을 꽂아두기도 하면서 사람들은 희생자의 넋을 기린다. 일 년 내내 물이 쏟아져 내리는데, 유가족들과 미국인의 눈물을 상징한다고 한다. 아픔을 잊기보다 기억하는 '그라운드제로'로 거듭나고 있다.
곧이어 원월드트레이드센터 전망대를 향했다. 원월드는 테러 후 13년이 지난 2014년 11월 완공되었다. 총 104층, 높이 1,776피트(541m)로 초고층 건물이다. 미국이 독립한 해인 1776년을 상징하며 뉴욕의 랜드 마크로 불리운다. 주 건물인 원월드트레이드센터(ONE WORLD TRADE CENTER)를 비롯 모두 6개의 건물로 계획되었고, 각각의 건물들이 완공 되었거나 공사 중에 있다. 원월드트레이드센터는 100~102층까지 총 3개 층에 걸쳐서 전망대로 사용하고 있다. 엘리베이터까지 들어가는 동안 원월드트레이드센터의 공사과정, 지하 암반 구조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안내방송이 나온다. 102층 전망대 까지는 단 50초 만에 도달할 수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낸다고 한다. 102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엘리베이터 벽면에는 최첨단 기술과 화려한 영상이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순간 들여다보니 뉴욕의 모습이 연도별로 나타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01층에 내려가니 레스토랑과 전망대 기념품 가게가 있다. 원월드가 새겨진 기념 배지를 사서 백팩에 달고, 한층 더 내려가니 동서남북 360도가 조망된다. 빌딩숲 아래로 911메모리얼파크가 희미하게 보인다.
이어서 ‘911추모박물관’으로 갔다.
2014년 문을 열었다고 한다. 911테러당시 4대의 항공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담아놓은 현황판 앞에서 잠시 멈춰 그때를 회상해 본다. 군사 대국(大國)인 미국의 허술함을 읽을 수 있는 건 왜 일까? 안쪽으로 들어가니 생존자들이 대피할 때 이용했던 계단, 불에 탄 소방차, 녹아버린 건물 잔해까지 사건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전시해 놓았다. 어두운 조명 아래 말없이 잔해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가 굳어 있는 듯 했다. 테러 당시 전화로 주고받은 ‘고마워, 사랑해’ 짧은 두 마디는 그 순간을 상상할 수도, 이해한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잔해를 마주한 순간 꿈속에서나 느낄 수 있는 가위에 눌리듯 큰 바위 같은 것이 마음을 짓누른다. 사고 당시 가족들이 희생자 이름과 사진을 적어 붙여놓은 전단이 보인다. 사망이 확인될 때까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가족들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인 21명이 포함된 희생자 2983명의 이름과 사진, 프로필이 전시돼 있는 갤러리엔 고요한 적막만이 흐른다. 여기에서는 소리를 내서도 안 되고 사진도 찍을 수가 없다.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 (아무리 날이 지나도 시간의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모자이크 벽도 보인다. 911메모리얼박물관에서 미국인들이 슬픔을 기록하고 추모하는 방법과 자세를 볼 수 있다.
911테러 직후 뉴욕에서는 그라운드제로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쌍둥이 빌딩을 똑같이 복원해서 미국의 재건 정신을 보여주자는 의견, 사건 현장을 그대로 남김으로써 슬픔을 오랜 시간 공유하자는 의견까지.
뉴욕은 슬픔을 감추기보다는 드러내는 편을 택했다고 한다. 수많은 잔해 속에서 희생자와 가족의 고통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은 진정한 추모의 시작이라고. 미국의 건재를 세계에 알리는 메시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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