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재난안전칼럼] 경찰(警察)의 재난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이여란 기자  |  safetyin@safety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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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30  14: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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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하루 일과 중 하나가 ‘용서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직장 동선이 용서고속도로와 연계되는 제2경인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 영동고속도로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이다. 용서고속도로를 가다가 고속도로 진출로인 동수원IC로 빠져 나갈 때다. 옆 차선에서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선을 따라 볼라드(bollard)를 길게 설치해 놓은 구간이라 안심하고 갈수 있는 갓길형 도로다.

옆 차선에서 차가 밀고 들어오리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곳이다.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앞만 보고 가는데 27톤 덤프트럭이 차선을 따라 길게 설치된 볼라드를 까뭉개면서 갑자기 들이 닥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깜짝 놀랐다.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추돌 사고는 나지 않았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볼라드는 구부러진 째로 널브러져 있었고 덤프트럭은 모른 채 앞서간다. ‘저놈을 잡아야 한다’ ‘저놈은 이번에만 사고를 저지른 놈이 아니다’라며 뒤따라가니 신호등에 걸려 멈춰 있다. 휴대폰으로 뒤 번호판을 찍었다. 곧바로 신호가 풀리자 동수원IC로 사라진다.

112에 신고하니 친절하게 받는다.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정식으로 접수를 한다고 한다. 담당경찰이 꼬치꼬치 물어 본대로 응답을 해 가며 답변을 했다. 우선 살인에 가까운 광란의 질주를 했다고 하면서 국가 기물을 훼손한 것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좀 시간이 지난 뒤에 112에서 전화가 왔다. 결과를 알려주는 전화인줄 알고 받으니 본서에서 연락받고 전화한다고 하면서 또 똑같은 내용을 물어본다. 반복해서 빠짐없이 물어보고 답변했다. ‘신고도 아무나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성질 급한 사람은 숨 넘어 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속으로는 당장 잡아서 본보기로 기물 파손 죄와 살인 미수죄를 적용해서 큰 벌을 주었으면 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리고 몇 날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결과를 알고 싶었지만 흐지부지 지나갔다. 신고한지 6일째 되는 날이다. 경찰청 고객만족모니터센터에서 경찰서비스 이용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다는 카톡이 왔다. 조치결과는 통보 받지도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이용하신 ‘112신고처리'에 대한 의견을 여쭙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설문 결과는 통계의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개인정보는 관련법에 의거하여 철저히 보호된다고 한다. 바쁘더라도 잠시만 시간을 내어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면 치안서비스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여 지문대로 성심껏 작성해서 보냈다. 특히 기타의견으로 신고사항을 신속히 처리해야 함은 물론, 신고자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그 조치 결과를 꼭 알려줘야 됨을 강조했다.

최근 매스컴에서 재난, 재앙, 재해라는 용어가 자주 오르내린다. 본인은 평생을 재난분야에 몸담아 온 전문가로서 나름 정리를 해 보면 ‘재난(災難)’과 ‘재앙(災殃)’은 같은 뜻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재난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태풍·홍수·폭설·가뭄·지진 ·황사 등 자연적 재난과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환경오염사고·미세먼지 등 사회적 재난을 말한다. 재해(災害)는 재난, 재앙으로?인하여 발생되는 직간접 피해를 말한다. 최근 사회적 재난으로 발생한 재해로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안전 불감증 및?부주의로 발생하는 사고성 재난, 고의로 일으킨 범죄성 재난, 사회 발달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재난은 인적(man made)재난이라 한다. 특히 인명피해를 유발시키는 재해는 더욱 심각하다. 성수대교 붕괴('94)는 토목공학도의 재난, 삼풍백화점 붕괴('95)는 건축공학도의 재난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토목·건축공학도의 ‘학살'이라는 용어도 서슴지 않고 쓰는 추세다. 일반 사람들이 안심하고 건너고,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 시공을 하여야 함에도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본다.

진주아파트방화살인사건(2019. 4. 17)을 들여다보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범인이 17일 새벽 자신의 집에 고의로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이웃 주민들한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죽인 사건이다. 가해자는 상대적 약자인 노인과 어린이, 여성만을 골라서 공격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가해자가 오랫동안 위협적인 행동을 하여 경찰에 여러 번 신고를 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범인은 폭력전과도 있었다고 하니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큰 화를 불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방화·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은 ‘국가기관에서 방치한 인재’라고 주장한다. 열흘 뒤에 광주의붓딸살인사건(2019. 4. 27)이 있었다. 사망한 딸은 당시 13살의 여중생이다. 여린 여중생의 죽음을 막을 기회는 몇 차례 있었다고 한다. 여중생은 친아버지와 함께 의붓아버지로 부터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 3일 뒤 경찰서를 재방문해 의붓아버지의 강간 미수 행위까지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관할소관을 서로 미루다 수사가 늦춰지면서 여중생을 살릴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여중생이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의 늑장 수사는 오히려 의붓아버지에게 보복할 빌미를 제공했고, 끝내 잔인한 살인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이게 바로 인적재난인 ‘경찰의 재난'이다.
경찰은 국가 행정기관이다. 경찰은 국가, 사회의 치안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체다. 경찰은 각종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여야 한다. 경찰이 잦은 야근과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직무에는 소임을 다 하여야 한다. 경찰 일은 매사가 타이밍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때를 일실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일실은 곧 돌이킬 수 없는 재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만이 소기의 성과를 나타낼 수 있다. 경찰의 직분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경찰의 재난'이라는 소리를 들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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