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안전기술 칼럼]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2>정성효 부장 대림산업 기술안전팀 한국건설안전학회 전기안전기술위원장
이여란 기자  |  safetyin@safety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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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30  1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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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효 부장 대림산업 기술안전팀 한국건설안전학회 전기안전기술위원장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時間)의 본질은 공간의 변화이다. 시간은 4차원의 요소이며 차원(次元)은 어떤 지점을 표시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의 개수이다. 점(點)은 그 점 자체가 그대로 위치가 되는 0차원, 무수한 점이 모여 만들어지는 선(線)은 하나의 값(x)으로 위치가 표시되는 1차원, 무수한 선이 모여 만들어지는 평면은 두 개의 값(x, y)으로 위치가 표시되는 2차원이다. 평면이 쌓여 만들어진 공간은 세 개의 값(x, y, z)으로 위치가 표시되는 3차원 공간으로 완전한 정지 상태로 존재한다.

3차원 공간에 시간의 차원이 더해져 4차원의 시공간(時空間)이 만들어지고, 4차원에서 일어나는 공간의 변화가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의 본질이다. 시간을 통해 3차원 공간의 활동(活動)이 일어나면서 우리가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3차원에 존재하는 인간이 4차원을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마치 평평하게 느껴지는 땅에 살던 사람들이 구형(球形)의 지구를 이해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지구 안에서 만유인력과 둥근 지구를 이해하는 것이 그토록 힘들었던 것처럼 시공간 속에서 시공간 바깥의 4차원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물리학자들은 논리적 상상을 통한 사고실험(思考實驗, thought experiment)으로 시공간의 존재를 알아냈다. 4차원의 시공간 속에서 질량을 가진 모든 물질은 빛의 속도로 시간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중력에 의해 지구에 구속된 상태로 지구와 일체가 되어 움직이면서 지구의 속도(약 30km/s)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공간과 일체로 움직이는 우리는 그 움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질량이 소멸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쓰는 것이 원자력이다. 핵융합이나 핵분열의 질량결손(質量缺損)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빛의 속도로 시간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질량에서 나온 것이다. 원자폭탄을 만들어 2차 대전을 끝내고 원자력시대를 여는 바탕이 되었던 질량 에너지 등가 수식(E=mC2)은 질량이 광속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성립하는 수식이다. 인간 사고영역(思考領域)의 한계를 혁신적으로 확장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공간의 움직임인 시간을 바탕으로 정립된 것이다. 공간의 변화가 동영상, 사진, 소리, 문자의 형태로 사이버 세계에 저장되면서 시간이 저장되고, 가상 세계에 저장된 시간은 현실세계 시공간의 모든 시점에서 검색과 호출이 가능하다. 그것이 가상과 현실 세계의 시간이 서로 연결되는 형태이다. 인간은 과거의 시간을 기록과 기억의 형태로 집단적으로 공유하고 있지만,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인간의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성향에서 동일한 사실을 다른 형태로 인식하는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인간의 불명확성을 보완하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BlockChain)’이고, 이 기술의 본질은 인간의 공유된 믿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블록(Block)은 컴퓨터가 인식하는 데이터가 들어있는 박스이고, 체인(Chain)은 그 박스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공간의 암호 화폐를 만들기 위해 개발되었고, 2008년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디지털 메모리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용어인 비트코인은 컴퓨터가 유일무이(唯一無二)하게 인식하는 전산파일을 만들어 실물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암호화폐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그 유일무이한 특성의 전산파일을 만들기 위해서 개발된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아래의 이야기는 가상화폐(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기 쉽게 비유한 것이다.
오래전에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마을 사람들이 동시에 공유하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서 일어나는 물물교환 거래는 마을 사람들이 동시에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거래 영수증이 필요 없었다. 세월이 흘러 마을의 규모가 커지면서 마을의 물물교환 거래를 마을 사람들이 동시에 공유하기 어려워지자 그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센 세력가(勢力家)가 ‘거래의 증인’이 되어 공증하는 형태의 거래가 시작되었다. 마을이 좀 더 커지자 ‘거래의 증인’이 장부를 만들어 마을의 모든 거래 내용을 기록하고 사람들은 그 장부의 기록을 통해 거래 사실과 소유권을 확인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마을이 더 커져서 도시가 형성되었고, 그곳에서는 더 이상 물물교환 형태의 거래가 어려워졌다. 이번에는 증인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한도 이내로 화폐라는 ‘가치교환 수단’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증인의 가치 보증을 믿고 그 화폐를 매개로 거래를 진행했다. 증인은 화폐 발행과 가치 보증에 대한 대가로 사람들에게 여러 형태로 수수료를 받았다. 많은 도시가 성장하여 여러 국가가 형성되자 국가 간의 가치교환 수단이 필요하게 되었다. 화폐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믿음으로 기능을 발휘하고, 그 믿음의 바탕이 되는 것은 바로 힘(신뢰)이다. 결국 여러 국가의 증인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세력가가 발행한 화폐가 국가 간의 통용화폐가 되었고 그것을 기축통화(key currency, 基軸通貨)라고 부르게 되었다. 기축통화가 모든 국가에 일상적으로 통용되자 그 화폐를 발행한 세력가는 갑자기 자신이 가진 재산의 한도를 넘어 무제한으로 화폐를 발행하여 마음대로 쓰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통용화폐를 보유한 여러 국가들이 다른 화폐를 선택할 수 없고, 자신이 보유한 통용화폐의 가치를 자발적으로 지켜야 하는 배경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오래전 작은 마을에서 행해지던 동시적 공유 방식의 거래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본질적으로 화폐의 가치를 잃어버린 기축통화를 대체하도록 그들이 만들어낸 동시적 공유 방식 거래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 가상화폐(암호화폐)이다. 암호화폐를 만들면서 개발된 블록체인은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암호화폐가 배라면 블록체인 기술은 배를 띄우는 바다에 비유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은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인간의 측면을 보완하여,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시간을 일치시키는 기술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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