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그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그의 작품에 열광하거나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 한번이라도 사진을 찍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면 그와 그의 사진작업을 무시하고 넘어갈 순 없다. 그는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고, 그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사진집을 1952년에 출판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은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정수가 담긴 사진집 ‘결정적 순간’의 발행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결정적 순간’에 수록된 오리지널 프린트, 1952년 프랑스어 및 영어 초판본, 출판 당시 편집자 및 예술가들과 카르티에 브레송이 주고 받은 서신, 이 책과 수록된 사진에 대해 카르티에 브레송 본인이 직접 소개하는 인터뷰 및 영상자료를 비롯하여, 그가 처음으로 구입했고 평생 소장했던 첫 라이카 카메라를 포함하는 컬렉션을 소개한다.
이 전시는 단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작품만을 보는 것이 아니다. 1952년 출간된 이래 사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산이 되어 버린 사진집 <결정적 순간>을 탄생시킨 하나의 세계를 만나는 전시이다. 그를 설득하여 이 책을 만들도록 했던 그리스계 프랑스인 편집자이자 당대 최고의 컬렉터였던 테리아드,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목을 막무가내로 우겨 넣어버린 미국출신의 사진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인 딕 사인먼,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그의 책에 커버아트와 타이틀을 손수 그려 넣어준 앙리 마티스와 주고받은 편지와 일화 등이 작품들 사이로 종횡무진 펼쳐진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직접 설명하는 자신의 작업과 이 책의 관계에 대한 슬라이드 쇼 렉쳐 영상(ICP, 1973)은 이 책에 관한 수많은 오해와 찬사로부터 보다 또렸하게 본질을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그의 눈이 되어 주었던 라이카 카메라와 그가 설립하여 사진작가의 공동체로 널리 알려진 매그넘포토스의 프레스카드를 만나는 것은 그의 손때 묻은 조각을 만나는 소소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여겨 볼 것은 이 책에 담긴 군더더기 없고, 과장 없이 자신의 사진에 대한 담백한 시선을 담은 카르티에 브레송의 글이다. 시간을 들여 읽게 된다면, 스마트폰에 끊임없이 채워지는 사진을 찍고 싶은 우리의 욕망과 위대한 사진작가의 욕망 사이에 놓인 100년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사진을 찍을까?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일까?에 대한 크고 작은 질문을 가진 사람, 아니 모든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전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