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화가친, 원주의 작은 서점을 조우하다
‘터득골북샵’, ‘스몰굿씽’, ‘책방틔움’
원주의 책방은 오붓하다. 작은 서점이 산골에, 골목 뒤쪽에 한적하게 둥지를 틀었다. 책방 주인의 정성이 담긴 책이 소박한 책꽂이를 채우고, 커피 향 그윽한 나무 탁자가 온기를 전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힐링 스테이, ‘터득골북샵’
‘터득골북샵’은 산골에 터를 잡았다. 흥업면 대안리의 옛 지명이 터득골이다. 주인 내외가 터득골에 정착한 지 10년이 넘었고 산골 책방은 2년 전에 문을 열었다. 작은 쉼터며 찾아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터득골북샵은 ‘마음과 닿는 책’을 지향한다. 명상, 자연 등의 책을 주제로 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도 있다.
드립 커피와 북인도 차이티(Chai tea), 오미자차의 향기가 아늑하게 퍼진다. 샐러드에는 직접 재배한 채소가 사용된다.
또한 터득골북샵에서는 북 스테이가 가능하다. 여유롭게 가을밤을 즐기기 좋다. 작은 공연장에서는 책과 예술을 테마로 한 숲 속 강좌와 캠프가 열린다. 서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며, 월·화요일에 쉰다.
작지만 강한 공간 ‘스몰굿씽’
판부면 매봉길에 자리한 ‘스몰굿씽’은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서점 이름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에 실린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A Small Good Thing)〉에서 따왔다.
나무문을 열면 뒷골목 3층 가옥에 낙엽이 내려앉은 마당이 있고, 골든레트리버 ‘감자’가 담장을 지킨다. 주인은 원래 회계사였다. 책이 좋아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기억을 되살려 3년 전에 서점을 열었다.
서점은 빈티지한 북카페이며, 오래된 책상, 의자, 책꽂이를 성기게 놓았다. 붉은 벽돌이 드러난 서가에 꽂힌 책은 1000종이 넘는다. 스몰굿씽에서는 책 애호가를 대상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도 한다. 드로잉 작가와 만남, 글쓰기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한다. 서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열며, 화요일에 쉰다.
초보 작가들의 집결지, ‘책방 틔움’
‘책방 틔움’으로 발길을 옮기면 다양한 출판물을 만날 수 있다. 원주역 인근에 자리한 서점은 소장한 책 95% 이상이 독립 서적이다. 수익금은 지역 청소년을 위한 지원금으로 활용된다. 여행기와 에세이를 포함해 사랑, 이별, 병상 일기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재를 담는다.
한편 서점에 붙은 엽서에는 책 쓰기에 입문한 작가의 감사 인사가 빼곡하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독립 출판물 관련 모임을 마련하고, 초보 작가와 디자이너가 품앗이로 작업하기도 한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 밤은 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심야책방을 연다. 11월에는 ‘술의 인문학’을 테마로 술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책방에서는 이 지역 유자로 만든 유자차 외에도 식혜, 쌍화차 등이 제공된다. 서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곳곳에 숨은 명소
곳곳의 예술 공간이 원주의 운치를 더한다. 박경리문학공원은 가을 산책로 따라 박경리 선생의 유작과 옛집을 만나는 곳이다. 선생은 소설 ‘토지’ 4~5부를 이곳 단구동 자택에서 집필했다.
원주 반곡역사(등록문화재 165호)는 간이역 역사이자, 근대 문화유산이다. 1940년대 초에 지은 역사(驛舍)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아픈 역사(歷史)를 겪었지만, 2009년에 실내와 마당을 회화 작품과 조각, 사진을 전시한 갤러리로 꾸몄다.
‘한국 관광 100선’에 든 뮤지엄 산에서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워터가든, 국내 최초의 종이 전문 박물관 페이퍼갤러리 등이 인상적이다. 안도 타다오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한국의 가을 하늘과 어울려 멋스럽다.
뮤지엄 산에서 나서는 길은 원주의 새 명소인 소금산출렁다리로 이어진다. 원주소금산출렁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긴(200m) 산악 보도교로, 100m 높이에서 섬강 지류가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동시에 소금산 정상까지 가을 산행도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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